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간의 청와대 회동에 이틀연속 참석하는 총수가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그 주인공. 문재인정부 출범 후 대한상의의 달라진 위상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박 회장이 이틀연속 청와대 회동에 참석하는 것은 여러 가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대한상의가 해체위기에 직면한 전국경제인연합을 대신해 문재인 정부에서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확실히 인정받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는 전경련이 청와대와 정부와 재계 소통의 창구 역할을 다했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이 해체위기까지 내몰리면서 자연스레 그 역할이 법정단체인 대한상의로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상의는 지난달 말 문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 선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당시 박 회장은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 회동이 박 회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박 회장은 지난 11일 "대한상의가 조만간 대통령께 대기업과의 간담회를 요청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형식상 대한상의의 간담회 요청을 청와대가 수용해 27~28일 회동이 성사된 셈이다.
이번 청와대 회동이 표면적으로 '일자리와 상생'을 주제로 잡은 것도 대한상의 역할이 컸다. 대한상의는 청와대에 간담회를 요청하기에 앞서 지난 11일 대기업 그룹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동반성장과 상생협력,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등 사회 기여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날 모임에서 각 그룹은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일들을 솔선해 나가기로 했다"며 "일률적이고 경쟁적으로 하기보다 각 그룹사별로, 계열사별로 형편에 맞게 자율적으로 계획을 세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대한상의 간담회 후부터 청와대 회동 전까지 현대차그룹, SK그룹, 두산그룹, CJ그룹 등이 다양한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한상의가 지나치게 정부에 코드를 맞추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경련도 과거 정권과 코드를 맞추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맞아 좌초위기에 직면했는데 대한상의는 그런 전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재계에 부담을 주는 각종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재계는 수 천억원이 들어가는 상생방안을 발표하고 있다"며 "대한상의가 청와대나 정부에 할 말은 하는 경제단체로 자리매김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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