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시장은 과거 일본과는 달리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낮다. 자산가격 상승률이 일과거 본에 비해 낮은 데다 재개발. 재건축 위주로 주택이 공급돼 공급 과잉 우려가 적다."
한국 주택 가격이 인구 고령화로 일본처럼 급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민간 연구기관이 주로 주택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 결과를 주로 발표했지만, 한은과 같은 공공기관이 이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한은은 1980~1990년대 일본에 비해 한국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완만히 상승했고 최근 들어 재개발·재건축 위주로 주택을 건설하면서 멸실을 동반해 공급 과잉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오강현·안상기·권동휘 과장과 김솔·윤재준 조사역은 26일 '인구 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인구 고령화로 중장기적으로 주택 수요 증가를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월세로 임대차시장이 재편될 것이며 지방·노후 주택을 중심으로 빈집이 증가하는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2016~2035년 중기적 시계로 봤을 때 주택 수요가 플러스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이는 전체 가구의 주거면적을 더해 수량화한 뒤 주택수요를 APC(Age-Period-Cohort) 모형을 통해 산출한 결과다. 이 결과 한국 주택 수요는 2016~2035년 사이 면적 기준으로 29.1% 늘어 난다. 연평균 증가율도 △2016~2020년 1.7% △2020~2025년 1.5% △2025~2030년 1.2% △2030~2035년 0.8%로 점차 둔화하지만 플러스를 유지한다. 주택 가격이 과거처럼 폭등하지 않고 지방·노후 주택을 위주로 빈집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은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주택 대비 아파트 비중이 60.4%에 달하는데, 이 또한 주택 가격 급락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소라는 분석이다. 비교적 교통이 편리한 곳에 대단위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단독 주택 보다 매매가 잘 되는 편이다. 한은에 따르면 전체 주택 재고량 대비 매매 건수를 '주택거래회전율'은 단독 주택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 직전인 1988년 0.39%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아파트 위주로 주택 시장이 형성돼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거래회전율이 10.4%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고령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중대형 아파트를 매각해 현금화할 수요가 늘고 있는데 이에 부합하는 중소형 주택과 아파트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들어 서울 지역의 경우 아파트 공급은 2010년 중대형 비율이 88.1%에 달했으나 2016년 들어 68.5%로 급락했다. 그만큼 시장 수요에 발맞춰 공급이 이뤄지고 있어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어 "다만 주택보급률이 2015년 기준으로 102.3%인 상황에서 주택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 및 노후 주택을 중심으로 빈집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은은 주택 공급 방식이 최근 재건축·재개발 위주로 이뤄져 멸실을 동반해 주택 과잉 공급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1990년 초반 버블 붕괴 이후 기업들이 토지를 처분하면서 지가가 급락했고 이 때문에 주택을 짓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이 결과 일본은 경기 급락 이후 오히려 대규모로 주택이 공급됐고 이는 버블 붕괴 이후 5~6년에 걸쳐 이뤄졌다.
하지만 한국은 최근 들어 신규 택지 공급이 거의 없고 재건축·재개발 위주로 주택을 공급해 총 공급량이 급속히 늘고 있지 않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재건축·재개발은 기존 주택을 없애고 공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총 공급량을 급속
한은 관계자는 "한국은 대규모 택지 개발 보다 기존 주거지를 정비하는 방식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어 주택 과잉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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