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소비자를 배경으로 승승장구하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과 내수 침체라는 더블펀치가 작렬했기 때문이다. 국내 내수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매출까지 급감하면서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26일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2분기 매출액은 작년 2분기 대비 17.8% 줄어든 1조 4130억원을, 영업이익은 57.9%나 감소한 130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4~6월에 한국을 찾은 유커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약 66%나 줄어들면서 면세점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2분기 면세점 매출액은 약 2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가량 줄었다. 여기에 백화점과 원브랜드샵과 로드샵, 할인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실적이 악화됐다.
하루 앞서 실적을 발표된 경쟁사 LG생활건강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을 중저가 브랜드 비중이 높은 아모레의 사업 구조 때문으로 해석한다.
LG생활건강은 '후', '숨' 등 고가 럭셔리 브랜드 비중이 높은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에뛰드', '라네즈', '마몽드' 등 중저가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 더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중저가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고정비까지 늘어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모레퍼시픽은 프리미엄과 중저가까지 전 세그먼트에 걸쳐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해외사업 역시 LG생활건강은 럭셔리 브랜드 위주지만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와 마몽드 등 중저가 브랜드가 부진해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설화수·헤라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한 아모레퍼시픽보다 중저가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실적 감소폭이 훨씬 컸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1조 2050억원, 영업이익은 58% 줄어든 1016억원이었다. 반면 이니스프리는 매출액이 28% 감소한 1535억원, 영업이익은 65%나 급감한 222억원을 기록했다. 에뛰드는 매출액이 31% 줄어든 586억원이었고 아예 영업손실을 입었다.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것은 고정비 부담이 큰 구조 때문이다. 매출이 하락하는 가운데 인력과 매장은 늘어나 고정비 부담이 가중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 위주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성장성이 높은 아세안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매출 의존도가 30%에 달하는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상반기 해외 매출을 분석해보면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지역에서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지역이 이를 상쇄했다.
북미 지역에서는 브랜드 투자 확대와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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