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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강영국 기자] |
땅주인 최진섭(사진) 보성천연발효메카 대표는 부지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름아닌 '흑초'를 택했다. 흑초는 식초 중에서도 검은 빛을 띠며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식초의 왕'이라 불린다. 평소 건강 식품에 관심이 많았던 최 대표는 날로 커지는 흑초 시장에 주목했고, 발효와 숙성까지 노지에서 담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비니거파크 현미흑초'를 만들어냈다.
현미흑초를 선보이기까지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며 발효식품에 대해 연구한 것은 물론 천연발효흑초를 테마로 한 관광휴양파크 건립을 추진 중인 최 대표를 지난 21일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현재 서울과 전남 보성을 오가며 60ℓ짜리 항아리 1000개에 천연발효흑초를 제조하고 있다.
▲ 흑초 사업에는 어떻게 뛰어드신 건가요.
- 본래부터 발효 식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최근 몇 년새 식초를 건강 음료로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식초 중에서도 흑초는 현미와 누룩으로 담근 술을 자연적으로 장시간 발효시켜 영양분이 풍부합니다. 필수 아미노산과 미네랄 등이 많아 상품가치가 매우 높죠. 현재 시중에 나온 곡물식초는 실내에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태양 에너지가 풍부한 보성 노지에서라면 통발효시켜 차별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부지가치를 높이는데 이만한 일이 없었던 거죠.
최 대표는 결정적으로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가고시마현 한 흑초 회사를 방문한 후 마음을 굳혔다. 흑초를 '검은 보물'이라 부르는 가고시마현 후쿠야마 마을에는 바다와 함께 1만5000여개의 항아리가 펼쳐진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모두 흑초를 발효시키는 항아리들로,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명한 관광 코스다. 대규모 제조 뿐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흑초로 만든 음식과 각종 디저트를 팔며 흑초의 가치를 높인 것을 보고 최 대표는 '이거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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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니거파크 흑초 항아리 밭 전경 |
- 유기농 현미와 쌀누룩, 정제수를 이용해 1년 이상 노지에서 태양과 바람, 시간으로 발효를 시킵니다. 이 발효라는 게 '보이지 않는 마법'이죠. 그 마법의 힘이 잘 발휘되도록 태양에너지를 듬뿍 받을 수 있는 5~6월 딱 두달간만 노지에서 흑초를 담그고 있어요. 그리고 무형문화재 옹기 장인이 빚은 숨쉬는 항아리에 담아 1년 이상 숙성을 시키는 것이죠.
▲ 노지에서 발효시킬 때 어려운 점은 없나요.
-일단 노지라고 해서 다 흑초를 제조할 여건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온도'가 맞아야하죠. 이게 가장 중요한데, 조사해보니 가고시마현의 30년 평균기온과 보성의 3년 평균 기온이 비슷하더라고요. 이 얘기는 일본 가고시마현보다 더 많은 태양에너지를 보성이 흡수한다는 뜻이에요. 풍부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노지에서 통발효시켜 1년 이상 숙성시키는 제법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어요. 그래서 자부심이 크죠. 하지만 일조량과 강우량 등이 항상 같을 순 없다보니 흑초 맛의 미묘한 차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최대표는 일조량과 강우량에 따라 때로는 숙성 기간에 따라 흑초의 감칠맛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 와인의 빈티지(Vintage)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빈티지는 포도를 수확한 해를 의미한다. 매년 기후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빈티지에 따라 포도의 질이 달라진다. 자연 발효시키는 흑초도 마찬가지다. 그런 질을 비교적 고르게 하기 위해 6개월에 한번씩 품질검사를 하는 한편, 산도(ph)를 수시로 점검한다.
▲ 일본 가고시마현의 현미흑초보다 아미노산 함량이 풍부하다고요.
- 노지, 태양의 힘 덕분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조사 결과 100g당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국내 흑초와 대비해선 월등히 높았고, 일본 가고시마의 명품 흑초 대비해서도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매우 고무적이죠. 우리 몸에 있는 총 20종의 아미노산 중 필수 아미노산이 발린, 히스티딘, 이소로이신, 로이신, 리신, 메치오닌 등 9종이 있는데요. 한국식품연구원의 조사 결과 필수 아미노산 중 발린과 로이신 성분이 타사대비 높은 함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100g당 필수아미노산 mg함량을 비교해본 결과 비니거파크의 현미흑초에는 발린(63.5), 히스티딘(27), 이소로이신(42.1), 로이신(70), 페닐알라닌(18.9), 리신(49), 매치오닌(0.5) 등이 높은 함유량을 보이고 있다. 실내에서 대량 발효시킨 국내 한 제품의 경우 발린(4.8), 히스티딘(4), 이소로이신(2.6), 로이신(6.9) 등 100g당 필수아미노산 함유량이 한자릿수를 넘지 못해 대조를 이룬다. 일본 가고시마현의 현미흑초조차도 필수아미노산 함유량이 비니거파크를 넘어서지 못했다.
↑ [출처 : 보성천연발효메카] |
- 필수 아미노산 자체가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지 못해 반드시 음식물 섭취를 통해 공급 받아야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 필수 아미노산이 비니거파크 흑초에는 무려 7종이 포함돼 현미흑초만 먹어도 건강을 챙길 수 있습니다. 피로회복은 물론, 성인병, 암예방,면역력 증진, 골다공증예방, 소화촉진, 폐기능 활성화, 간보호 등 흑초의 효능은 이루말할 수 없이 많아요.
서울과 보성을 오가며 사업을 하느라 피로할 때마다 흑초를 물에 타 마신다는 최 대표는 스스로를 '흑초 예찬론자'라고 했다.
▲ 1000억원 시장규모를 자랑하는 식초 시장은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까요.
-단순히 조리용 식초에서 음료용 웰빙식초가 되면서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식초로 건강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디저트로도 활용되고, 디톡스에도 좋아 많은 분들이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드시고 계시죠. 그러다보니 향후 3년 이내 2배 이상 크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내다보고 있어요. 특히 흑초의 프리미엄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흑초만 파는게 아니라 흑초테마파크를 계획하고 계시다고요.
- 네. 국내 최초로 천연발효흑초를 테마로 한 관광휴양파크 건립 추진을 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올초 천연발효흑초단지 관광농원 사업 승인을 당국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천연발표흑초를 통해 건강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힐링과 웰빙을 다 챙기는 그러니까 '힐빙'을 즐길 수 있는 신시장을 개척하는 중이에요. 일본의 가고시마현의 흑초마을처럼, 또 제주도에 있는 오설록 테마파크처럼 천연발효흑초단지 및 힐링마을을 지을 계획입니다. 향후 3년 내에 말이죠. 또 흑초연구소와 흑초박물관 등을 지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흑초를 알리고, 체험하게 하고, 더욱 오랫동안 머무르고 또 찾아오게 만드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흑초의 생산, 제조, 가공, 유통, 체험, 관광, 문화를 통해 융복합 6차 산업 구축이 목표라는 최 대표는 이제 보성 녹차밭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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