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덕양구 한 동네 골목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3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고모씨(25). 지난 16일 결정된 16%대 내년도 최저임금 소식이 반갑지만 한켠으론 걱정이 크다. 고씨는 학기중엔 하루 6시간씩, 방학땐 10시간씩 이 가게에서 쭉 일해와 편의점 사장과는 거의 형제지간처럼 가깝게 지낸다. 고씨는 "우리 가게는 번화가나 큰 건물에 있는 것도 아니고 변두리 골목에 있는 구멍가게"라며 "한 시간에 손님이 4~5명 올까말까 한데 내년 법정 최저임금을 모두 받는건 내가 봐도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 씨는 점주와 논의해 지금 받고 있는 6500원에서 조금 올려 7000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시급을 요구할 생각이다. 역대 최대 임금인상을 앞두고 최대 수혜자인 알바생들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껑충 뛴 법정임금이 반갑긴 하지만 대대적 임금인상이 가져올 감원 등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 편의점알바생들이 회원인 한 네이버 카페엔 지난 16일 이후 이런 걱정을 토로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한 때 부모님의 자영업 가게를 도왔고 지금은 군입대 전 다른 곳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7200원선 정도를 예상했는데 7500원을 넘겨 충격이 크다"며 "인건비 감당 못할 부모님도 그렇고 고용주로선 예전에 안따지던 부분까지 보려 해 '흙수저' 대학생들은 결국 더 알바 구하기가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은 물론 알바 자리마저 이력서를 꼼꼼히 살피고 학벌은 물론 외모까지 따지다 보면 '바늘구멍'이 더 좁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일률적으로 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편의점·PC방·패스트푸드점 등 실내 알바자리는 한번 자리잡은 근로자들이 오랫동안 눌러 앉아 품귀현상을 빚고, 택배 상하차나 건설현장 막노동처럼 힘든 자리만 나오는 것 아니냐는 염려 목소리가 높다.
편의점 알바를 하는 한 여대생은 "오랫동안 한 가게에서 일해왔는데 사장님과 친해서 사정을 잘 아는데 인건비 빼고 나면 한달에 150만원 가져간다"며 "올해 점포를 닫을 거라고 하는데 어디서 또 알바 자리를 구할지 걱정"고 털어놨다.
24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최근 아르바이트생 3955명과 고용주 6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걱정거리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르바이트생 72.9%와 고용주 90.5%가 각각 '그렇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생 들은 '일자리 축소'를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최저임금 수준도 업종이나 지역별로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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