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생인 윤정(가명)이는 고교 진학후 아침을 대부분 거르고 있다. 아침 잠이 부족해 허겁지겁 학교가기 바쁜 것도 있고, 아침을 챙겨먹는 날엔 속도 더부룩하고 오히려 수업시간에 졸릴 때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걸그룹 아이돌처럼 날씬해지고 싶은 생각에 다이어트 목적으로 거르기도 한다. 하지만 살이 빠지기는 커녕 느는 것 같고, 예전보다 몸이 무겁고 머리도 지끈지끈해 공부하고픈 의욕조차 사라지고 있다.
윤정이와 같이 아침식사를 거르는 비율은 학년이 높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6년 교육부 학생건강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4%만 아침을 걸렀지만, 중학생은 13%, 고등학생은 17%로 고등학생 6명중 1명은 아침을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가장 큰 원인은 소화불량이다. 양방에서 내시경 검사를 해도 별다른 이상이 없을 때가 많은 데 한방에서는 이러한 원인을 식적(食積)으로 보고 한방 검사를 통해 개인별 맞춤형 치료로 접근하고 있다. 식적이란 실제 음식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소화력이 저하된 상태로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유사하다.
중·고등학교 학생에게서 식적이 많은 이유는 불규칙한 식습관 때문이다. 학업에 쫓기다보니 편의점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기 십상이고 밤 늦은 시간에 야식에 의존할 때도 많다. 이러한 식습관으로 속이 불편해지다보니 간단히 끼니만 때우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과도한 다이어트도 원인인 데 한창 외모에 민감할 때라 아이돌 스타의 식단이나 간헐적 다이어트 방법을 따라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거르기 쉬운 아침을 안 먹게 된다.
이에 대해 강동경희대한방병원 박영재 교수(한방건강증진클리닉)는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체중이 느는 경우가 많은데 식적으로 음식의 기운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쌓이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느는 체중에 더더욱 아침 거르기와 과도한 다이어트를 반복하게 되는데 우선적으로 식적부터 해결해야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방에서는 개인마다 상이한 식적의 원인을 찾기 위해 진찰과 한방 생기능 검사를 적극 활용한다. 진찰은 내부 장기의 상태를 파악하는 복진과 혀의 태가 두꺼워지거나 색이 노랗게 변한 정도를 보는 설진이 있다. 또한 환자의 평상시 식습관도 면밀히 조사한다. 한방생기능 검사로는 맥진(디지털 센서 활용 맥 파악), 설진(혀의 모양과 색 정밀 평가), 수양명(자율신경계 기능 평가), 양도락(인체 기혈 12경락 기능 평가), 전산화팔강(신체 부위 전기적 활성도 측정) 등이 시행된다.
이를 종합해 개인별 맞춤 치료계획을 세우는데 전반적인 신체기능 보강을 위해 한약 및 침 치료를 시행하며 꾸준한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하게 된다. 소화불량은 한달 정도면 해소가 가능하지만 오래된 식적으로 몸의 활력까지 떨어진 경우는 약 3개월 정도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가 종료되면 정량화된 검사를 통해 호전도를 체크하는데 학생의 경우 신체적 변화가 활발할 때라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박영재 교수는 "식적을 방치해 만성화되면 치료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조기에 찾아 적절한 치료를 적시에 시행해야 효과적이다"며 "아침 식사를 제대로 해야 학습능력 향상과 체중 감량의 효과를 모두 볼 수 있으므로 아침 식사에 대한 불편감을 겪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식적(食積)예방을 위한 생활 속 관리법
·규칙적인 식사시간을 지키고 과식을 피한다
·기름진 음식, 밀가루·인스턴트 음식, 커피 등을 피한다
·식이섬유가 함유된 해파리, 미역, 버섯,
(단, 평소 변이 묽은 경우 과도한 식이섬유가 오히려 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따뜻한 물을 자주 천천히 마신다
·나의 혀의 태를 살펴보며 태가 지나치게 두껍거나 노랗게 변하는지 확인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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