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서 8년째 24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성면씨(가명·62)는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억장이 무너졌다. 한달 인건비로만 65만원을 더 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부인과 함께 하루 8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주야간 16시간은 아르바이트생 2명을 채용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 한달 매출은 약 5500만원인데 임대료와 전기료 등을 빼고 김씨가 쥐는 돈은 약 950만원. 여기서 아르바이트생 2명 인건비 393만원을 주고 나면 557만원이 남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 인건비는 458만원으로 65만원이 한꺼번에 뛰게 된다. 김씨 소득 역시 557만원에서 492만원으로 줄어든다. 김씨는 "지금도 가족들이 힘겹게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시간을 줄이고 가족들이 더 분담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업계 예상을 깨고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하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편의점, 식당, 제과제빵 등 계약직 고용이 많은 소상공인은 인건비 부담이 높아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유소처럼 고령자 고용이 많은 업종은 대량 실직 사태마저 우려되고 있다. 오병균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몇년새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주유소들이 많이 노력했다"며 "인건비를 급격히 높이는 정책이 결국은 고령자를 일터에서 내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네상권을 대표하는 제과점 표정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대한제과협회에 따르면 종업원 2명인 동네빵집을 부부가 운영할 경우 평균 월 364만원 수입이 나온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부부 수입이 직원 2인 급여(320만원·8시간 20일 근무 기준)보다도 적은 204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최저임금 인상폭만큼 고스란히 자영업자 소득은 감소하게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불황에 매출 확대는 언감생심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결과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소득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해 어느 정도 상품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마저도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빵집 주인은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 가격 올렸다가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하고는 다 철회했다"며 "빵값을 쉽게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영세 가맹점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발등에 불 떨어진 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지급능력 한계를 벗어난 영세기업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상황이 심히 우려된다"고 공개적으로 우려감을 표했다.
중기중앙회는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중소기업(300인 미만 사업장 기준)이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15조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기중앙회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현실화될 경우 중소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액이 총 81조5259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급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최저임금에 대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업종별 차등 적용 등 불합리한 현행 제도 개선과 함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경감 방안을 조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기업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문재인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일자리 정책에도 거꾸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향후 발생할 모든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과 이기주의적 투쟁만 벌이는 노동계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총은 지난 5월 정부 일자리 정책을 비판했다가 정부 측 강력한 견제를 받은 후 제 목소리를 못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날 재계를 대표해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경총은 "최근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소상공인 27%는 월 영업이익이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최저임금까지 16% 넘게 오르면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은 더 나빠지고, 일자리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영향률(최저임금 결정으로 임금에 직접 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중)이 내년 역대 최고 수준인 23.6%로 급등해 462만명 근로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근로자의 84.5%가 근무하는 중소, 영세기업은 막대한 추가 인건비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도 협력사 파급 효과 등 충격파를 걱정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파급 효과가 덜하지만 1~3차 협력사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
[김정환 기자 / 최승진 기자 / 안갑성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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