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와 함께 줄지어 늘어선 패션 매장 때문에 '패션의 성지'로 불리던 가로수길.
이 가로수길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낯선 업종'의 매장들이 최근들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화장품·라이프스타일, F&B 등 타업종이 들어서면서 패션매장중심의 기존 상권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16일 매일경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가로수길 대로변에서 신규 오픈한(현재 준비중인 곳 포함) 매장 가운데 뷰티·F&B 등 패션이 아닌 타업종 매장의 비율은 67%에 달했다. 해당기간 중 대로변 건물 1~2층에서 30개 매장이 새로운 간판을 달았는데 이 중 순수 패션 매장은 단 10개뿐이었다. 그러나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5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에는 신규오픈 저층 매장 21개 중 15개(71.4%)가 패션 매장이었다. 작년 6월을 기점으로 신규 매장의 '다수파'가 뒤바뀐 셈이다. 이에 따라 가로수길 내 패션 매장 비중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15년 12월 가로수길 대로변 저층(1~2층)에서 영업중이던 매장 129개 중 패션매장은 75개(58.1%)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6월 기준으로 126개 중 58개(46.0%)로 패션매장이 줄었다. 대로변 한복판에 5개층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중인 영캐주얼 브랜드 홀리스터도 올해 연말까지 가로수길 매장을 철수키로 함에 따라 이같은 트렌드는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패션매장이 빠져나간 자리는 뷰티·F&B·라이프스타일 등, '패션의 성지'보다 명동·강남 등 타지 상권에 어울릴 법한 업종들로 채워지고 있다. 가장 확장세가 빠른 뷰티 업종 비중은 2015년말 14%이었는데 올해 6월 21.4%까지 치고 올라왔다. 지난달 24일 문을 연 라네즈 로드숍을 비롯해 아이소이, 정샘물 플롭스, 제이에스티나 뷰티 매장 등이 지난 1년 사이에 새롭게 들어섰다.
라이프스타일숍을 표방하는 자라홈·아트박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크래프트한스 등도 새로 들어섰다. 휴대폰 케이스 전문숍 디자인스킨도 매장 위치를 옮겨 확장 오픈했다. BAT코리아도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glo)' 매장을 다음달 개점할 예정이며 올 하반기 애플스토어 매장이 오픈하면 더더욱 패션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패션업계는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최대 요인으로 가로수길 단골손님이던 젊은층의 온라인·모바일 위주의 소비행태 변화를 꼽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의류의 온라인 거래액은 6조8995억원으로 전년대비 18.0% 증가했으며, 특히 모바일을 통한 구매가 전체 금액의 63.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전체 온라인거래액 중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보다도 약 10%p 높다.
실제 최근 몇 년새 대거 가로수길에 진입한 SPA매장 상당수가 예상과 다른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 대규모 SPA매장을 운영중인 B사 관계자는 "가로수길 매장의 매출이나 성장세가 생각보다 저조해 외부에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으며, 다른 C사 역시 "브랜드 전체의 평균 성장률과 비교하면 되려 실적이 부진한 곳이 가로수길 매장"이라고 밝혔다. 실적 압박이 심해 매장에 따라서는 점장 교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매출 속에 임대료 부담은 상승 일로다. 빌딩중개 전문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이 지역 임대료는 대로변 매장 1층만 사용할 경우를 기준으로 3.3㎡(평)당 80~100여만원에 이르며, 지하1층~지상5층 건물을 통임대한 한 업체는 보증금 15억원, 월세 6500여만원에 이르는 부담을 졌다.
새로 진입한 업종은 상대적으로 온라인의 여파가 덜하거나,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업종이어서 비용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 경우다. 가령 뷰티매장의 경우 동남아·일본 관광객, 사드보복 이전 이 지역을 즐겨 찾던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노리고 진입했다.
패션 방면에서 성수·망원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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