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업계가 가맹본부의 '갑 질'과 불합리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지난 12일 열린 협회 임원 연석회의 논의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다.
먼저 가맹본사·가맹점의 물품 공동구매, 로열티 제도의 확산 등을 추진한다. 가맹점 관리 능력이 없는 본사가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프랜차이즈 사업 진입 장벽을 만드는 방안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16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일부 가맹본부의 갑질 논란으로 산업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고 있어 자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치즈 통행세' 등 가맹본사들이 필수물품을 납품하며 과도한 마진을 남기는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공동구매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가맹점을 물품 구매 과정에 참여시켜 공급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은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해 이른바 '치즈 통행세'를 챙긴 혐의로 최근 구속된 바 있다.
로열티 제도의 확산도 추진한다. 선진국에선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입 대부분이 로열티에서 나오지만, 국내에선 식자재 공급 등 유통과정에서 본사가 수익을 챙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류 독점공급을 통해 수익을 내는 후진적 구조를 브랜드·노하우 등 지적 재산에 대한 사용료를 받는 형태로 바꾸자는 것이다.
비대위는 국회·공정거래위원회 등에 가맹사업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도 건의할 계획이다. 가맹본부가 일정 기간 직영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야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게 골자다.
지난해 기준 5273개의 국내 가맹 브랜드 가운데 가맹점이 하나도 없는 곳은 1630개로 전체 31%에 달한다. 매출액 200억 미만인 소규모 가맹본부는 전체 94.2%, 매출 10억원 미만 영세 본부는 65%나
협회 관계자는 "이탈리아·중국 등 상당수 국가에서 가맹본부가 최소 1년 이상 직영점을 운영해야 2개 이상의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가맹점 관리 시스템조차 없이 가맹비만 챙기고 문을 닫는 '먹튀' 가맹본부를 막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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