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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튼 부산의 로비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1층의 긴 통로를 지나고 바로 연결된 엘레베이터를 타야 10층 프론트데스크에 도착할 수 있다. 고층 전망의 바닷가 풍경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고 특별한 여행의 시작을 느낄 수 있도록 힐튼이 고안한 건출 설계다. |
호텔에 들어서면 마치 거대한 동굴에 온 듯한 긴 복도가 나타난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10층에 오르면 그제서야 탁 트인 바닷가 전망과 함께 체크인(check-in) 수속을 할 수 있는 프런트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1층에 로비가 있는 기존 호텔과 달리 힐튼 부산은 고층 로비로 차별화를 꾀했다. 여행을 하러 온 투숙객들이 눈앞에 시원한 바다를 그대로 느끼며 '특별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또한 음식점과 상업시설이 있을 법한 지하 2층의 자리에 1652㎡(약 500평)의 독서를 할 수도 있고 구매도 가능한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 대형 책방이 있다. 도서의 양만 2만여 권 정도로 웬만한 도서관에 버금간다. 이윤창출의 목적이 아니다. 여행 온 휴가객들과 부산 지역민들이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등급에 상관없이 전 객실에 단독 테라스를 설치하고 바닥은 나무바닥으로 동남아 리조트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면적은 최소 56㎡(17평) 이상으로 여유로운 스위트룸으로 꾸몄다. 호텔 시설 어디서나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곳만의 매력이다.
힐튼 부산은 기존 호텔과 다른 파격적인 시도로 새로운 호텔 기준을 16일 제시했다.
전일 본격 개장한 힐튼 부산은 해동용궁사, 해파랑길, 어촌마을 등 볼거리가 있는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해운대를 비롯 중심가의 여느 비즈니스 호텔과 달리 '어반 리조트'형 호텔을 내세운 6성급 호텔이다.
개발·투자·운용을 맡은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대표는 "사람들은 좋은 호텔에 가면 '외국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만큼 국내 수준 높은 호텔이 없었다는 의미라 자존심 상했다"면서 "이번 힐튼부산은 그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데스티네이션(destination) 호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장 직전까지 걱정으로 잠을 못 이뤘다는 이 대표는 마지막 한 달은 시공 현장에서 살았을 정도로 이 곳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는 후문이다. 그는 야외 수영장의 타일을 직접 깨부수고 야외 공연장의 설계 구조 등을 하나하나 살피며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호텔의 얼굴 격인 로비와 루프탑 야외 바(Bar)가 있는 10층을 'McQueen‘s'라고 작명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좋아하는 배우 겸 영화감독인 스티브맥퀸(Steve McQueen)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다. 야외 레스토랑은 하얀색 천이 물결처럼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천장 돔으로 건축해 하늘 속에 있는 기분마저 느껴진다.
소규모 마을을 연상하게 하는 '아난티 타운'에는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이탈리아 로마의 3대 카페, 애견 호텔,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펍(Pub)등 15개의 브랜드가 입점돼있다. 야외 공연장에는 유명 가수와 다양한 재즈 공연들이 주말마다 열릴 예정이다.
모래사장이 없는 기장군 바닷가의 특성을 살려 힐튼 부산은 수평선과 조화를 이루는 인피니티풀(야외수영장)을 4곳이나 만들었다. 이외에도 지하2~3층으로 이어지는 워터하우스 시설과 미니 사이즈 수영장까지 호텔 안에서 숙식은 물론 휴식, 레저, 엔터테인먼트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힐튼부산의 주력 타깃층은 20~30대 내국인이다. 이들은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이 순간을 즐기자는 '욜로(YOLO)'를 지향해 만족감을 위해서라면 지갑을 아낌없이 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 효과'가 높아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호텔은 기대했다.
실제 정식으로 문을 연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SNS상에서는 힐튼 부산의 사진들과 사용후기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힐튼 관계자는 "호텔과 아난티펜트하우스의 예약 투숙객 대부분이 부산 지역민을 포함한 20~40대 내국인"이라며 "별도의 프로모션이 없는 성수기(7~8월) 기간에도 객실 예약은 이미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콘셉트 호텔을 내세워 기대감을 한 몸에 받는 힐튼 부산이지만 이제 막 문을 연 호텔의 시설 미숙함과 이용 불편함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차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 곳을 방문하려면 상당한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역인 오시리아역에서 도보로 40분, 지역버스로도 30분 정도 이동해야 호텔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아직 인근 공항이나 부산역에서 바로 오는 리무진 버스가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을 위해 부산 내 유명 관광지와 시내를 이동할 수 있는 시티투어 역시 이 곳 노선을 개설하지 못했다.
힐튼 관계자는 "현재 부산관광공사와 협의하면서 시티버스나 리무진 버스가 힐튼부산에도 배차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이외에도 해안선을 따라 조성한 산책로 역시 아직 완성되지 않아 막다른 길이 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 가거나 갑자기 길이 사라져 잔디 숲길을 헤쳐서 빠져나오는 등 이용객들의 불편함이 나타나기도 했다.
[부산=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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