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의 핵심은 결국 얼마나 전통의 맛을 살리느냐죠"
요즘 막걸리를 좀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없어서 못 마시는 술이 하나 있다. 93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最古)의 양조장 '지평주조'의 '지평 생 쌀막걸리'다. 물 맛이 좋기로 유명한 경기 양평군 지평면에서 탄생한 지평 막걸리는 전통적인 고유의 풍미와 부드러운 맛으로 애주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명성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역사와 전통은 있었지만 연 매출이 2억원 가량에 불과한 전형적인 '지역 막걸리'였던 게 불과 7년 전이다.
그런 지평 막걸리의 명성을 단기간에 '전국구'로 끌어올린 게 지난 2010년 28세의 젊은 나이로 지평주조를 이끌게 된 김기환 대표(35)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지평주조를 지키고 있는 김 대표를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지평 막걸리의 성공 비결을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最古) 양조장답게 오랜 시간 사랑받은 전통의 맛을 고스란히 살린 것. 다른 하나는 소량 생산에 초점을 맞춘 전통 주조 방식의 핵심을 고스란히 현대적 생산 시스템에 결합시킨 것이다. 그는 "2010년 막걸리 열풍이 잠깐 불었을 때 대다수 양조장들이 싼 막걸리를 많이 팔기에만 급급해 결국 막걸리 시장 자체가 침체되는 결과를 불러왔다"며 "지평주조는 전통 주조방식을 유지하면서도 과거보다 균일한 품질의 술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어릴 적부터 부친과 함께 양조장을 자주 드나든 김 대표였지만, 막걸리를 직접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지평주조에 입사한 것이 2009년 9월이다. 게다가 양조업계 특성상 누구도 그에게 친절하게 주조 노하우를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김 대표는 "결국 모든 것을 다 시도하고 직접 부딪치면서 배우는 수 밖에 없었다"며 "지금 대표실로 쓰고 있는 양조장 단칸방에 신혼살림 차리고 밤낮없이 막걸리만 만들었을 정도"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밤새 연구하고 관찰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랜 경력을 가진 직원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멘토가 돼 주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때의 경험을 발판으로 김 대표는 막걸리 업계의 '기린아'가 됐다. 그가 대표에 오른 이래 지평주조는 연 평균 30%가량의 성장을 지속하면서 2010년 2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60억원까지 끌어올렸고, 올해 1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2015년 주류 시장의 저도수 트렌드에 발 맞춰 시도한 국내 최초 저도수 막걸리도 성공했다. 지평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막걸리 대비 1% 낮은 5%에 맞추면서 '부드럽고 숙취 없는 술'로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500만 병을 돌파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입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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