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연홍 씨(32)는 화장품을 살 때 백화점에 가지 않고 올리브영 매장으로 간다. 간혹 고가의 백화점 브랜드를 살 때도 있지만 토너나 로션, 메이크업 리무버 등 일상적으로 쓰는 제품들은 퇴근 길에 올리브영에서 구매한다. 한 매장에서 저렴한 여러가지 브랜드를 한꺼번에 비교해 살 수 있어서 편리하기 때문. 여기에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할인행사를 잘만 활용하면 싼 값에 '득템'할 수 있어서다.
화장품 구매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 화장품은 백화점이나 가두점, 로드숍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올리브영을 필두로 한 헬스앤뷰티(H&B)스토어에서 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접근성이 좋고 한 매장에서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체험해보고 비교할 수 있어서 인기다. 13일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에 따르면 올리브영 전체 매출에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2014년까지만 해도 46%였지만 지난해에는 51%로 비중이 커졌다. 매출액으로 보더라도 2년사이 105%나 성장했다. 그만큼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사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헤어나 바디케어 제품을 제외한 순수 화장품만 포함한 것이어서 이들까지 포함하면 비중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과거에는 화장품을 살 때 브랜드를 보고 샀지만 이제는 입소문이 나면 브랜드보다는 제품력을 더 중시한다"면서 "이런 새로운 소비 패턴이 확산되면서 올리브영의 화장품 매출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성비와 트렌드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들의 제품을 살 수 있는 판매처로서의 기능도 떠오르고 있다. 단독 오프라인 매장이 없거나 온라인에서 테스트 없이 사기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살 수 있어서 인기다. 미팩토리, 착한팩토리, 파파레서피, 유리카, 브리스킨 등 국내 토종 브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소규모 업체지만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블로그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올리브영은 자체 브랜드로 메이크업과 스킨케어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엘르걸'을 시작으로 '식물나라' '보타닉힐 보' 'XTM 스타일 옴므' '드림웍스' '라운드어라운드' '웨이크메이크 등' 8개의 PB 제품을 판매 중이다.
H&B스토어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가두점과 일반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채널 모두를 갖추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대형 업체들도 일부 품목을 H&B스토어에서 판매할 정도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의 지난 1분기 매출이 역신장한 것도 H&B스토어의 영향력 확대 탓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H&B스토어 인기에 밀려 로드샵도 고전하고 있다. 로드샵의 원조격인 더페이스샵도 지난해 국내
반대로 색조 전문업체 클리오는 H&B스토어 매출 비중이 15%로 높은 편이어서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H&B스토어 채널 확장세를 감안하면 높은 성장 여력과 가시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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