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인 진화론과 사이비과학인 창조론을 사이에 두고 갈팡질팡했던 유영민 장관이 한국 과학기술계를 이끌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이 됐다. 유 장관은 "미래를 준비하는 부처로 환골탈태하겠다"고 밝혔지만 과학기술계에서는 비과학자 출신 신임장관에게 기대와 함께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창의적·도전적 연구환경 조성, 실패 용인 연구 문화 정착,연구과제중심제도(PBS)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내용은 2012년 미래부가 설립된 이래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던 과제였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과학기술계에 잔뼈가 굵었던 전 장관들도 바꾸지 못했던 관행으로, 과학기술계에 고착화된 상태"며 "기업인 출신 장관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미래부를 바꿔나간다면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한 책임연구원은 "비과학자 출신인 만큼 결국 주변에서 장관을 보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양한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녹여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신임 장관이 미래학에 관심이 있는 만큼 과학이라 하기 민망한 미래학에 매몰되어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R&D 예산권을 둘러싸고 기획재정부와 벌이고 있는 힘싸움도 유 장관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미래부에 들어설 차관급 조직인 과학기술혁신본부는 19조원에 달하는 국가 R&D 예산을 조정·심의·평가하게 된다.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던 예비타당성 조사 역시 미래부로 넘어올 수 있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R&D 사용부처가 심사까지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과학기술계는 유 신임장관이 과학계의 신뢰 회복에도 힘써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녹색', '창조경제' 등 정부 R&D 예산이 국가가 지정한 슬로건에 쏠려왔다. 인공지능·스마트 공장 등 R&D 연구비가 유행에 따라 배분됐으며 출연연은 성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졸지에 '세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업인 출신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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