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332개 공공기관이 최종학력, 가족관계, 출신지, 사진 등을 이력서에서 뺀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다. 취업준비생들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쪽에선 지방대, 전문대, 고졸 취업준비생이 학력 차별 없이 오직 '실력'만으로 공정하게 경쟁 할 수 있게 돼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대생의 경우 보통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학력란이 빠진다면 최소한 필기시험 등에 응시할 기회라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대체적으로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 그리고 3차 면접으로 채용절차가 진행된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학력과 영어점수 등 스펙도 노력의 성과물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명문대생 등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둘러싼 5대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① 토익은 해외 관련 직무만 필요…학점은 전체학점이 아닌 '전공학점'만 반영
토익 등 영어점수는 영어를 필요로 하는 직무에 지원하는 취업준비생만 내면 된다. 가령, 발전소 기술직렬이면 토익 점수를 낼 필요가 없다. 반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나 산업인력공단 해외인력 담당자와 같이, 영어를 주로 써야 하는 기관에 응시하는 취업준비생은 토익 점수가 필요하다.
학점은 전체 학점이 아니라 응시하는 직무와 관련된 학점만 기재하면 된다. 가령 회계직렬에 응시하면, 회계원리, 중급회계, 고급회계 등 관련 수강과목만 기재하고 '3.5/4.3' 혹은 '4/4.5' 식으로 점수를 '교육사항' 항목에 기재하면 된다. 기타 나머지 교양이나 다른 전공 학점은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순수 인문학, 자연과학 전공자는 공공부문에 입사하기 위해 실용학문 과목을 최소한 한 개 이상 수강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② 나이와 성별 기재란은 없어지고…서류통과는 직무관련성만 있다면 '오케이'
인터넷 상에 나이와 성별 기재란도 없애달라는 댓글이 많은데 그렇게 될 전망이다. 이력서에 나이(주민등록번호)와 성별(남/녀)은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1차 서류전형 단계에선 불필요하게 지원자를 거르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직무관련 활동이나 수강이력, 자격증이 있다면 2차 필기시험을 공평하게 부여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정부가 이를 각 기관에게 강제할 순 없어서, 각 기관별로 자율적으로 서류통과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서류전형 시, 특수경비직 채용에 시력을 요구하거나 연구직 채용시에 관련 논문이나 학위를 기재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일반직렬이 아닌 특수직렬의 경우 그만큼 이력서 항목이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③ 필기시험은 NCS로…기출문제는 단계적으로 확대
2차 필기시험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시험이 출제된다. 가령 생상공정 직무의 경우, 단계별 불량률과 투입비용이 표와 그림으로 제시되고 이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공정을 조합해야 최적의 비율을 맞출 수 있는지 등을 객관식으로 선택하는 문제가 출시된다. 정부는 각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기출문제를 단계적으로 공개하게끔 할 예정이다. 그동안 NCS 관련 일부 샘플문항만 공개됐는데 이를 확대해, 취업준비생이 보다 예측가능하게 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④ 더 이상 압박면접은 안한다…직무 관련 면접이 핵심
우선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는가' 등의 가족관계, 개인 신상과 관련된 질문이 금지된다. 아울러 냉장고에 코끼리를 어떻게 넣을 것인가?' 등 이른바 이상한 상황을 줘서 지원자의 임기응변 능력을 테스트하는 '압박면접'도 사라진다.
반면 '직무'와 관련된 경험이나 상황을 물어보는 체계화된 면접이 이뤄진다.
가령 법무직렬의 경우, 회사가 처한 특정 소송 상황을 예시로 던져주고, 어떤 식으로 업무를 처리할 지를 묻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응시자의 경우, 긴급환자가 생길 경우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혹은 산에 대형 화재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을 묻는다. 호감 가는 외모의 지원자가 더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5급 공무원의 경우에도 블라인드 면접이 진행되고 있는데, 1시간 가량 심층면접을 하면서 상황해결 능력을 물으면 그 사람의 실력이 금방 드러난다"면서 "외모보다는 실력이 중심이 되는 면접관행이 정착될 것"이라고 밝혔다.
⑤ 지방인재 채용은 어떻게? 혁신도시 소재 시도 출신이 유리
앞으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은 신규 채용시, 소재 시도 출신의 인재를 최소 30% 이상 뽑아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전체 공공기관에 대해, 지방대 출신을 35% 이상 뽑게끔 지도해왔는데 현재 약 절반 가량을 지방대 출신으로 뽑고 있어 이같은 목적이 달성된 만큼, 앞으로는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나주로 이전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