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동통신사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취약계층을 포함한 특별계층에 대한 요금 감면과 유·무선 결합에 따른 요금 감면 혜택이 중복 적용되지 않는다. 두 가지 혜택을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에 회피하는 모습이다.
이통사들은 지난 2000년 1월부터 장애인, 저소득층, 국가유공자 등 특별계층에 대한 통신 요금 감면 제도를 운용 중이다. 요금 감면을 위한 재원을 이통사가 전적으로 부담한다. 정부의 복지 정책이지만 돈을 내는 주체는 민간기업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식의 불만의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감면 혜택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2만원 이하 요금을 이용하는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가입자와 생계·의료급여 수급자에게 월 1만1000원의 추가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형태다. 국기위는 329만명에게 최대 5173억원의 혜택이 돌아간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이통 3사의 취약계층을 포함한 특별계층에 대한 요금 감면액은 4482억원이다. 통신사별로 SK텔레콤 1904억원, KT 1627억원, LG유플러스 950억원이다. 단순 계산해볼 때 정부의 추가 지원 정책이 시행된다면 이통사의 부담액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 이통업계 "정책 취지에 공감…요금 감면액 증가는 부담"
이통업계는 정부의 통신 복지 정책 취지에 공감하지만 시행 시 요금 감면액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파사용료, 주파수 할당 대가 등 준조세를 내고 있어 이를 통해 편성되는 정부 예산으로 지원을 바라는 눈치다.
주파수 할당 대가 등으로 구성되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지금)은 연간 약 1조4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대부분 연구지원과 방송 콘텐츠 육성을 위해 사용되며 통신 복지 관련 예산은 미미하다.
두 기금 관련 법을 살펴보면 취약계층 요금 감면을 위해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르면 방발 기금 용도에 ▲공익·공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방송통신 지원 ▲방송통신 소외계층의 방송통신 접근을 위한 지원이 포함돼 있다. 정진기금도 ▲정보통신산업의 기반조성을 위한 사업에 쓸 수 있도록 정보통신산업진흥법이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 연간 2400억원에 달하는 전파사용료도 기획재정부의 일반 회계 재원으로 편입돼 사용처 파악이 불가하다. 전파법에 따르면 전파사용료는 전파 관리에 필요한 경비의 충당과 전파 관련 분야 진흥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방향성이 옳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정부 정책의 비용 부담을 전적으로 이통사가 진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정부 "요금 감면, 사업자가 부담해야…기금 보조한 전례 없어"
미래창조과학부는 해외 사례를 살펴볼 때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감면을 이통사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공기금으로 특정 요금 감면을 보조하는 사례가 없다면서 '사업자 부담'이라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EU를 비롯해 해외 여러 국가의 취약계층 요금 감면 제도가 보편적 서비스 기금을 활용하는데, 이 기금은 주파수 할당 대가 등을 포함하지 않고 오로지 사업자의 출연금으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EU 국가 중 요금 감면을 위해 공공기금을 투입하는 국가는 체코, 라트비아, 몰타 3개국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요금 감면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 기금 조성을 위해 출연금을 받는 게 아니라 각자 요금 감면액을 부담하라는 것"이라며 "외국과 조금 다른 형태지만 사업자가 부담한다는 측면에서 같다"고 말했다.
또 공공기금을 통해 요금 감면 혜택을 준 사례가 없다면서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을 포함한 이용자 편익을 증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정보통신산업진흥법 등 관련 법에 대
또 다른 미래부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 감면액을 보전받고 싶은 심리가 있을 것"이라며 "(감면 등을 위한 기금 집행을 위해서는)기획재정부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유사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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