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중 발생하는 뇌파를 조절하면 장기 기억력을 두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학습기억력을 증진시키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 연구진은 쥐 실험 결과 수면 중 나오는 뇌파를 조절해 학습 기억력을 두 배 이상 높이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런' 6일자에 게재됐다.
뇌의 해마가 담당하는 장기기억은 수면과 상관관계가 있다. 학습 후 잠을 푹 자면 기억이 강화되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숙면을 돕는 '수면방추파'라는 뇌파가 기억 형성에 관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수면방추파와 기억력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었다. 수면방추파란 수면 중 간뇌의 시상하부에서 발생하는 파장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수면방추파외에 대뇌피질의 '서파'와 해마의 'SWR파'에 주목했다. 이 두 가지 파가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뇌파로 알려져 있는 만큼 수면방추파와 상호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을 이용해 세가지 파를 인위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쥐를 만들었다.
이후 연구진은 쥐를 특정 공간에 넣고 30초 동안 소리를 들려주다가 마지막 2초간 전기 충격을 줬다. 전기충격으로 인한 공포기억을 심어준 것이다. 그 뒤 생쥐가 잠을 자는 동안 한 무리에게는 서파 발생시기에 맞춰 수면방추파를 유도했다. 이 쥐는 24시간이 지난 뒤에도 전기충격의 공포를 기억했다. 하지만 이같은 유도를 하지 않은 일반 쥐는 전기충격으로 만들어진 기억을 그 사이에 잃어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세 종류 뇌파의 분포 양상을 분석한 결과, 대뇌 피질의 서파가 나타나는 시기에 맞춰 수면방추파를 유도하면 해마의 SWR파가 동원돼, 결국 이 세 가지 뇌파가 동시에 발생해 동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이렇게 세 가지 뇌파가 동시에 발생해 동조되는 비율은 수면방추파를 서파 발생 시기에 맞출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약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대뇌피질의 서파 발생에 맞춰 수면 방추파를 유도했던 생쥐가 공포에 대한 기억을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 뇌파의 동조현상이 증가해 해마에서 생성된 학습 정보를 대뇌피질의 전두엽으로 전달, 장기
신희섭 단장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에 뇌에 광유전학 케이블을 삽입하여 뇌파를 조정했지만,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뇌파를 조정할 수 있다면 언젠가 학습기억 증진을 도모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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