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단일 생산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라인인 평택 공장을 가동하면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독주 체제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4일 밝힌 평택공장 추가 투자와 중국 시안 공장 증설까지 마무리되면 지금보다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이 10% 이상 증가한다. 이럴 경우 D램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도 50% 에 육박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이날부터 가동한 평택 반도체 라인(18라인)은 복층구조로 설계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말까지 1층 설비를 채울 예정이었다. 당초 계획한 15조 6000억원의 1차 투자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 슈퍼 싸이클로 반도체 메모리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1층과 함께 2층에도 14조 4000억원의 투자를 추가 집행하기로 했다. 1차 투자 때 이미 건물 공사가 완료됐다는 점과 1층에 사무동을 비롯해 다양한 편의 시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층 투자는 기존 1층 투자보다 실제 생산량 증가폭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선 평택 라인 1층 투자가 마무리되면 삼성전자는 최첨단 4세대 64단 V낸드 제품을 월 10만장씩 생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층까지 설비를 꽉 채울 경우 평택 라인의 생산량은 월 26만~30만장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기존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월 생산량인 45만장을 합하면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생산규모는 월 70만장을 넘어설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월 22만장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를 멀찌감치 떼어놓는 것은 물론이고 전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의 절반 가까운 물량을 삼성전자가 채우게 된다.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낸드플래시 시장의 치킨게임을 촉발시킬 것"이라며 "하지만 그 승자는 또 한번 삼성전자가 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투자 타이밍도 절묘하다.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인 도시바가 우선협상 대상자를 한·미·일로 정하고 기력을 회복할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점유율 4위인 SK하이닉스도 도시바 우선협상에 참여한데다 추가 투자와 연구개발(R&D)로 수율(불량없는 생산비율)을 끌어올려 의미있는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초격차 전략'을 통해 다시 한번 경쟁사들과 거리를 벌려놨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으로 쓰임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이는 서버용 저장장치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 지위를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도 화성에 위치한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라인에도 6조원을 투입한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에 최적화된 초정밀 반도체 공정 라인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대당 가격이 2000억원에 이르는 EUV는 네덜란드 ASML사가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7나노 이하의 초정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로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해외 대형 업체의 주문형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4나노 공정 을 도입하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경기도 용인 기흥과 화성 반도체 공장에 EUV 수십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반도체 라인도 증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2014년 완공한 중국 반도체 라인은 현재 100% 가동중이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 라인을 건설해 낸드플래시 최대 수요처인 중국시장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해외 반도체 투자는 우리나라 정부의 승인을 먼저 거쳐야 하는 만큼 구체적인 투자 규모 등은 연말께 정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대규모 투자와 함께 삼성디스플레이가 계획하고 있는 충남 아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설 투자가 끝나면 경기도 기흥부터 화성, 평택과 충청도 아산에 이르는 첨단 부품 클러스터가 구축된다. 국내 장비·소재 산업과의 동반성장은 물론 후방 산업 생태계 활성화 되고 이를 통해 R&D와 서비스 등 고급 기술 인력 수요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 결정은 구속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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