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 컨설턴트 알렉스 렌은 최근 만난 고객들에게 다음과 같은 점들을 상세하게 주문했다.
"절대 겸손하셔야 해요. 그리고 당신이 제공해 줄 수 있는 것과 당신의 강점을 충분히 잘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세요."
그의 조언을 듣고 머리를 조아린 상대방은 실리콘밸리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구직자가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재들을 모셔가기 위해 방문한 중국기업들이 바로 그의 고객이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알렉스 렌이 일하고 있는 '탤런트시어'라는 헤드헌팅 회사가 올해 상반기에만 200건에 달하는 인공지능(AI) 관련 엔지니어 스카우트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그 요청의 절반은 중국 기업에서 왔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산인 실리콘밸리에서 뛰어난 인재와 우수한 기술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급기야 미국 상원이 나섰다. 미국 공화당 소속 존 코닌 텍사스주 상원의원은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에 기술 투자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만들고 있다. '안보'라는 이유를 들어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을 일단 막고 봐야 할 정도로, 중국의 실리콘밸리에 대한 집념은 인해전술 급이다.
리서치회사 로디움그룹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456억달러(약 51조 2772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투자금액은 22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때 두 배가량 늘었다. 중국이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기업을 인수하거나 직접투자를 집행한 규모는 2013년 3억2200만달러에서 지난해 32억9500만달러로 열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실리콘밸리에 투자하는 중국 자본의 주체는 대부분 민간기업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실제로 최근 뉴욕타임스는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에 따라 10대 미래산업에서 미국을 앞서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1000개가 넘는 미국의 초기 기술기업에 약 35조원을 투자했는데, 2016년부터는 인공지능 기업과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술들은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경제적 성장에 대한 도전을 억누를 수 있는 역습의 도구라는 점이다. 따라서 쉽게 내어주어서는 안된다는 보호주의적 논리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기술의 안보적 측면 때문에 유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이렇게 중국 손에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다가는 국가 안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인식까지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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