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인하 직후인 지난 해 우리 자동차의 미국 수출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지 공장 생산 설립 강요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두렵습니다." (A 자동차 업체 고위 관계자)
"미국 정부는 이미 한국산 철강에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괜한 트집잡기로 한국산 철강을 자국 시장에서 아예 쫓아내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B 철강 업체 고위 관계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한미정삼회담에서 한미FTA 대표적 불공정 무역 사례로 자동차와 철강 업종을 지목하면서 해당 업계를 비롯한 한국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미 FTA 재협상으로 행여 관세가 올라갈 경우,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주장 이면엔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헛점'이 많아, 막상 재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피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자동차의 경우, 미국측 주장대로 한국의 대미수출이 늘어난 건 맞다. 한미FTA발효(2012년) 전후인 2011년과 2016년을 비교해보면, 국내 자동차의 미국 수출액은 2011년 86억3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54억9000만 달러로 늘었다. 반면 미국 자동차의 대한국 수출액은 3억5000만원에서 16억8000만 달러로 한국 증가분(약 68억 달러)의 19%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율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이 연평균 37.1%로 한국(12.4%)의 3배에 달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가 올해 초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 가량 투자를 해 미국 내 일자리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에 투자한 상위 12개 한국 기업이 연간 3만7000개의 일자리를 신규 창출했으며,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기업의 대미 투자는 511억8000만 달러로 미국기업의 대한국 투자(201.6억 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철강도 마찬가지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철강의 대미 수출은 2011년 15억7443만 달러에서 지난해 16억7955억 달러로 소폭 늘었다. 반면 미국 철강의 국내 수출은 2011년 16억2614만 달러에서 지난해 3억2728달러로 급감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2011년 이후 중국 업체들의 물량공세가 거세지면서 그 외의 나라들의 수입량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이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산 열연, 냉연 품목에 각각 최대 61%, 65%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면서, 지난 1∼5월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액은 4억2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3% 감소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을 통해 '중국산 철강제품'이 대거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가는 중국 철강은 전체 수출의 2%에 불과하다.
아울러 산업 전반으로 봐도,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불균형'론은 빈틈이 많다.
자동차 철강 등 상품만 봤을 때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가 232억5000만 달러로 2011년에 비해 116억 달러(약 13조원) 증가했다. 그러나 서비스 분야는 지난해 한국이 106억 달러 적자를 보면서, 적자폭이 약 37억 달러(약 4조원) 늘었다. 아울러 무기 수입 역시 2011년엔 6762억원에 불과했지만 2015년(가장 최신자료)에 6조6799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한국이 상품 수
실제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현재 미국이 체결해서 발효 중인 13개 FTA 중 한미 FTA가 미국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2위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나현준 기자 / 박창영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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