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분야에서 잇달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호텔 사업에서도 혁신에 나섰다. '웨스틴'이란 브랜드와 결별하고 독자적인 최고급 호텔 브랜드를 구축하는 동시에 쇼핑몰과 호텔 간 결합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호텔사업 강화는 소비자들의 일상을 점유하는 정용진 부회장의 '라이프 셰어(Life Share)' 전략의 완성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정 부회장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공룡' 신세계가 본격적으로 호텔 사업을 키우게 되면 호텔업계의 판도 변화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서울 소공동과 부산에서 운영중인 웨스틴조선호텔에 새로운 독자 브랜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재 조선호텔은 세계적인 호텔 체인기업인 스타우드의 '웨스틴'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 브랜드 이용 계약이 내년에 종료된다. 이에따라 신세계는 롯데, 신라 등 다른 호텔 브랜드처럼 독자적인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조선호텔은 정 부회장의 지시로 현재 새로운 브랜드와 로고에 대해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사용하면 해외 고객 유치 측면에서 유리하기도 하지만 수수료를 내고 경영적인 측면에서 제한을 받아야 되는 단점이 있다"며 "조선호텔은 이미 충분한 노하우와 브랜드 파워를 갖췄다고 판단해 독자적으로 최고급 호텔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세계는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의 리모델링도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 시그니엘 부산, 힐튼 부산의 신규오픈, 파라다이스호텔의 리모델링 등으로 부산 지역이 호텔업계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가운데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리모델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부산웨스틴조선호텔은 지난 2005년 리모델링을 단행했던 바 있다.
조선호텔 측은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의 입지 자체가 워낙 좋아 리모델링이 적시에 이뤄질 경우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리모델링 방식은 시간을 두고 결정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다. 호텔 문을 닫고 전면 리모델링에 들어갈지, 호텔 영업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할지는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한 뒤 결정할다는 것이다.
또한 조선호텔은 롯데, 신라호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진 비즈니스호텔 사업에도 보다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조선호텔은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만큼 속도가 보다 더딘 것이 현실"이라며 "시장을 면밀하게 검토해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쇼핑 테마파크'로 불리는 정용진의 야심작 '스타필드'와 호텔의 결합도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8월 문을 여는 스타필드 고양점에는 호텔과의 결합이 어렵지만, 오는 2020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스타필드 청라점에는 쇼핑몰과 호텔의 결합히 현실화될 전망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스타필드 청라는 인천국제공항과도 인접해있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에 손색이 없다"며 "교외형 쇼핑몰과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호텔을 한자리에 모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지방에 신설되는 스타필드에도 호텔은 핵심 콘텐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는 또 향후 스타필드 하남에 남아있는 공터에 컨벤션 시설 등을 갖춘 호텔을 건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가 이처럼 호텔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배경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깔려있다. 정 부회장의 '라이프 셰어' 전략에 따라 신세계는 이마트타운, 스타필드 등을 잇따라 선보였고, 세간의 호평도 이어졌다. 호텔 사업은 이같은 전략을 완성할 수 있는 '마침표'가 될 수 있다.
유통업계 '최대 라이벌'인 롯데에 비해 호텔사업이 지속적으로 열세를 보이는 측면도 고려됐다. 롯데, 신라가 독자적인 호텔 브랜드를 바탕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고 비즈니스호텔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브랜드 육성을 위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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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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