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A씨는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B씨가 최근 회사에서 가족수당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신도 아이를 낳아 가족수당을 받을 자격이 되는 데 비슷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 B씨만 받는 것에 대해 의문이 생겨 회사측에 문의를 했지만, 사측은 B씨의 임금 정보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들이 임금을 얼마나, 어떤 명목으로 받고 있는지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21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개정해 기존 차별시정제도 내에 임금정보청구권을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비정규직이 정규직 임금이 어느 수준인지를 보고, 이를 통해 불합리한 차별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끔 돕는 게 도입 취지"라고 밝혔다.
차별시정제도란,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혹은 단시간 근로자)이 '동종·유사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으로부터 같은 사업장 내에서 임금 등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이를 시정해달라고 각 지역노동위원회에 신청하는 제도로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현재 규정돼 있다. 만일 임금 차별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사업주는 차별금액의 최대 3배에 달하는 액수를 비정규직에게 지급해야 하며, 미이행시 최대 1억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물 수도 있다.
위의 사례를 보면, A씨는 비슷한 업무를 하는 B씨의 임금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사측에 요청할 수 있다. 사측은 B씨의 임금내역(기본급, 성과급, 상여금, 각종 수당) 등을 A씨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를 근거로 A씨는 가족수당 등이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지방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조치를 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다만 A씨는 '비슷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 B씨에게만 임금정보청구권을 신청할 수 있다. 가령 임원 C씨가 있다고 한다면, 전혀 다른 업무를 하므로 신청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 B씨 역시, 차별시정조치 신청 대상자(기간제, 단시간 근로자)가 아니므로 C씨나 A씨 임금을 열람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임금정보청구권이 도입되면, 사측이 알아서 불합리한 차별은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인력운용의 탄력성을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은 용납하지만, 단순히 임금을 깎기 위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은 더 이상 막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을 한다는 판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이른바 '동종·유사 업무를 하는 정규직'(비교근로 대상자) 범위도 늘릴 예정이다.
가령 2012년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따르면 비정규직 조리보조원과 정규직 조리원의 경우 같이 '식재료' 업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조리보조원은 껍질을 벗기는 업무, 정규직 조리원은 껍질 벗긴 식자재를 음식에 맞게 써는 작업을 한다며, '동종·유사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둘 사이의 임금 차별을 용인한 바 있다. 하지만 동종·유사업무뿐만 아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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