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일자리 연대기금'을 만들자고 나선 이유는 향후 노사정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한국노총이 노동 친화적인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데 반해 민주노총은 정부 의사결정 구조에서 현실적으로는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투쟁 일변도의 기존 노동운동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하다는 민주노총 내 자성의 목소리도 이같은 연대기금 제안에 불을 지핀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한 노동계 관계자는 "한국노총은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직접 방문하기도 했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등 세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민주노총은 투쟁 이미지 때문에 그리 두각을 못나타내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측을 배제한 노정 교섭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오히려 기존 노사정 틀에서 취약계층까지 포함한 대타협을 말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이번 연대기금 제안을 한 듯 하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민노총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초기업단위 산별교섭 촉진을 위해서라도 현대기아차그룹사 전체 노사 공동교섭 추진 환경 조성에 신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합니다"고 밝혔다. 다시마ㅏㄹ해 '사회적 연대'를 명분으로 정부측과 연대해 사측을 압박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늘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이번 제안이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는 공공부문 노조와의 비교에서 뚜렷히 드러난다. 앞서 정규직이 조합원으로 있는 공공기관 노동조합 대책위원회(공대위)는 최근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인센티브로 받은 1600억원을 돌려주되, 해당 재원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써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1인당 최대 400만원, 평균 약 5~60만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본인들이 이미 받은 성과급을 반납하겠다는 공공부문 노조에 비해 금속노조는 앞으로 자신의 돈이 될 지도 불투명한 '통상임금 소송임금'을 약 2500억원으로 산정하고 사측에도 2500억원 출연을 압박하고 나섰다. 본인들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금액은 1인당 11만원 남짓이다.
대외적인 정치지분 확보와 더불어, 내부 결속을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가령 지난 4월 현대기아차 노조가 비정규직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 것을 두고, 노동계 내부에서는 연대를 통한 투쟁 동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당시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그리고 단위노조 대의원들은 모두 비정규직의 조합원 자격 박탈에 반대했지만, 조합원 총투표로 인해 찬성이 가결된 바 있다. 이에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단위 노조보다 선수를 쳐 '사회적 연대'를 주장하면서, 노동운동의 명분을 높이고 내부 결속을 더욱 다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지금과 같이 사회적 연대를 등한시 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고, 노사정위원회 참여 역시 검토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
[우제윤 기자 / 나현준 기자 /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