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몽블랑은 유럽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독일 명품 브랜드 몽블랑은 세계 최고 필기구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이 산에서 이름을 따왔다. 검은색 동그라미에 하얀 별모양 엠블럼도 몽블랑의 산세(山勢)를 형상화했다. 몽블랑 필기구는 1906년 출발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 등 명사들의 애장품이 됐다.
111년 전통을 이어온 아날로그 필기구 몽블랑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정상을 지키기 위해 4차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 필기구 '어그멘티드 페이퍼'(종이에 필기하면 디지털 기기로 내용 전송)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스마트 시계 '몽블랑 서밋 컬렉션'을 내놨다.
20일 서울 남산 인근 빌딩에서 만난 니콜라 바레츠키 몽블랑 CEO(최고경영자)도 이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가 "오늘 우산이 필요할까"라고 말하자 시계창에서 날씨가 떴다. 자세한 기온과 습도 등 정보는 휴대폰 문자로도 전송된다. 구글의 웨어러블 OS(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웨어2.0을 탑재해 스마트 시계다. 운동할 때 심장박동수가 뜨고 세계 지도의 특정 부분을 터치하면 그 나라의 시간이 뜬다.
기능은 여느 스마트 시계와 비슷하지만 외형이 몽블랑 시계라는게 차별점이다. 스위스 시계 공방에서 만든 기존 제품 라인 '1858 컬렉션'을 살렸다. 액정에 뜨는 시계 다이얼도 몽블랑의 대표 제품이 사용된다. 바레츠키 CEO는 "아날로그 필기구의 장인정신과 디지털 기계를 연결하는 제품을 만들어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 필기구의 위기 탓에 나온 제품이 아닐까. 그는 "몽블랑은 항상 고객이 뭘 하는지 귀를 기울여 혁신을 거듭해왔다"며 "미래 고객인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답했다.
오랜 전통을 부정하는 디지털 시계 출시 과정에서 사내 갈등이 없었을까. 그는 "이견은 없었다. 몽블랑은 도전과 혁신을 즐긴다"며 "우리 밑바탕에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전통이 깔려 있다. 최근 미국 플로렌스에서 나무와 꽃 등 천연 소재로 가공한 레더(가죽) 신제품 론칭 행사를 열었다"고 일축했다.
럭셔리 브랜드 '까르티에'와 '예거 르쿨트르'를 거친 그는 2013년부터 몽블랑 세일즈 부사장으로 합류했으며 지난 4월 몽블랑의 새 CEO로 임명됐다. 향후 경영 목표를 묻자 "몽블랑의 정신과 뿌리인 혁신과 전통을 지키면서 남자들의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제품에 스토리를 좀 더 많이 담아 고객에게 영감을 주겠다"고 답했다.
그는 6세에 처음 몽블랑 펜 '마이스터스튁'(Meisterstuck)을 잡았다. 럭셔리 시계 가계를 운영하던 할아버지의 선물이다. 너무 자랑스러웠지만 고가여서 학교에 가져갈 수 없었다. 이처럼 몽블랑이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면서 사랑받은 비결은 뭘까.
바레츠키 CEO는 "유럽의 장인정신으로 많은 지식과 기술을 축적했다"며 "물과 불에 강한 가죽 소재를 개발하면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지현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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