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전 최대 관건인 상표권 협상을 놓고 금호산업 요율 인상 요구(연 매출액의 0.2%->0.5%)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향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전달했다.
12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더블스타는 지난 9일 금호산업이 제안한 요율과 관련해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SPA)에서 논의됐던 것보다 2.5배나 높아 수용하기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는 박삼구 금호산업 대표이사에 기존 조건(0.2%)으로 상표 사용에 협조할 것을 재차 요구한다"며 "이에 대한 답변을 16일까지 회신할 것을 공식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됐다.
◆오는 16일 새 데드라인으로
산업은행은 이날 우리·KB국민·수출입·NH농협·KEB하나·광주은행 등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를 열고 금호산업 요율 제안을 공유한 후 앞으로 매각 방향을 논의했다.
관건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더블스타가 '절충 합의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여부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중국 등 해외법인이 매출액 1%를 상표권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고 주요 경쟁사도 국내 계열사 0.4% 요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0.5%는 금호산업이 받을 수 있는 최저 조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더블스타 측은 "당초 채권단과 협의했던 SPA를 존중하는게 맞다"며 0.2%안을 고수했다.
연 매출액 0.2%를 기준으로 한 사용료는 지난해 기준 59억원이다. 0.5%로 인상시 사용료는 147억원으로 올라간다. 금호 측 요청대로 의무 사용기간이 20년이 되면 더블스타 부담은 총 1760억원으로 늘어난다.
양측 입장이 끝내 좁혀지지 않으면 이번 딜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매매계약상 상표권 사용 보장 등이 충족되지 않으면 더블스타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딜이 깨지면 더블스타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상표권 추가 비용을 이유로 더블스타가 매매계약을 해지한 후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다시 인수합병(M&A)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 이번 매각이 최선의 방안이라는데 공감했다"며 "금호그룹과 협상을 통해 상표 사용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호 협력사 매각 반발
이런 가운데 금호타이어 전국 대리점주와 협력업체는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강력히 반발하며 정치권과 산업은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매각 과정에서 광주 지역 일자리 문제 등과 연계해 정치권 변수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금호타이어 전국 대리점주 100여명은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빌딩 본관 앞에서 더블스타 인수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대리점주들은 성명서를 통해 "더블스타는 글로벌 34위 회사로 기술력·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글로벌 14위 금호타이어를 경영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회사와 대리점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에 입각해 금호타이어 매각을 원점부터 재검토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로 매각될 경우 브랜드 가치 저하로 소비자들이 제품을 외면할 것"이라며 "산업은행은 전국 1500개 금호타이어 대리점과 수많은 거래처, 가족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임직원들도 이날 민주당 광주시당 앞에
[김정환 기자 / 우제윤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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