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전을 둘러싼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간의 '샅바 싸움'이 결국 산업부의 막판 역전극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국정기획자문위 관계자는 4일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 존속시키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5일 당·정·청 협의를 거쳐 주 초반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새 정부 출범 후 첫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웠던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전 공약이 뒤집어 지는 셈이다.
'통상 기능의 산업부 존치'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지난달 24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맞춰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전과 장관급 통상교섭본부장 신설을 보고했던 외교부는 충격에 빠져든 모습이다. 내부적으로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 아니냐'는 반성과 함께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역전패'를 허용한 외교부 수뇌부에 대한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 내부에선 당초 입장이 뒤집힌 배경에 대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개정 문제 등 민감한 통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선뜻 '감독 교체'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었던 것과 함께 외교부의 지나친 자리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당선 후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외교부는 다른 부처와의 업무 중복 등을 고려하지 않고 보호무역주의 대응 명목으로 해외 공관에 '수입규제담당관'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장 산업부에서 파견된 상무관 업무와 중복된다는 반론이 나오면서 '조직 이기주의'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이때문에 통상 기능이 산업부에 존속하게 되면 외교부가 수입규제담당관 확대를 백지화할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업무보고에서 외교부가 조직 확대를 강조하는 등 (통상 기능 이전과 관련해 ) 지나칠 정도로 '승리'에 도취된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통상 조직을 외교부 산하 또는 독립된 별도 기구로 두는 게 글로벌 트렌드인지, 아니면 산업부 산하에 두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도 양측 주장은 팽팽히 부딛혔다.
외교부는 OECD 회원국 기준으로 산업부 산하에 통상기구를 두는 나라(산업통상형)는 5개국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신 외교부 산하에 통상 조직(외교통상형)을 두는 나라가 5개국, 아예 별도 기구로 두는 독립형이 23개국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고 주장하면서 장관급 통상교섭본부를 외교부 산하에 두는 게 맞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산업부는 여기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외교부는 EU 집행부가 EU 회원국을 대표해 통상 협상을 한다는 이유로 EU회원국 21개국을 모두 독립형으로 분류하는 식의 무리수를 뒀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EU 개별국가들은 모두 별도의 통상 관련 부처를 갖고 있고 반덤핑 관련 양자협상 등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맞섰다. 산업부는 대신 세계 10대 교역국을 기준으로 할 경우 산업통상형 7개, 외교통상형 1개, 독립형 2개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부 역시 해외 사례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자기 부처에 유리한 부분만 부각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외교부와 산업부가 장외전을 벌이면서 어떤 형태가 국익에 더 도움이 되느냐 보다는 두 부처가 조직 이기주의에 빠진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 실망감도 덩달아 키웠다는 비난도 나온다. 두 부처는 이미 '구원(仇怨)' 사이다. 지난 정부 인수위에서는 지금과 공수가 바뀌어 격돌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에서는 통상 기능을 외교통상부에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놓고 당시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반대 의사를 밝힌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궤변' '부처 이기주의' 등 용어를 써 가며 맹비난했었다.
이와함께 외교부 내에서는 박근혜정부 시절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북핵·북미 외교에만 집중하면서 경제국 업무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경제국에 지원하는 젊은 관료도 거의 없어 외교부 내 통상 전문가가 사라져 버린 게 역전패를 야기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교부 경제국 관계자는 "윤 장관에게 경제 보고를 하러 올라가면 별 관심이 없어 좌절감이 들 때가 있었다"며 "자업자득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등 중요한 대미·대중(G2) 통상 현안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대미 통상협의회, 대미 실무작업반, 한중 통상점검 TF 등 G2 통상 체계가 활발히 가동됐지만 새 정부 들어 통
[고재만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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