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과 수출 쌍끌이에 1분기 실질 GDP 1.1% 성장

한국 경제가 지난 1분기 1.1% 깜짝 성장하면서 1년반만에 0%대 벽을 넘어섰다. 수출과 투자 등 민간부문이 성장을 견인하면서 경제 성장의 '양과 질'이 모두 확연히 개선된 모습이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 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월 속보치(0.9%) 대비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1.1%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3분기 이후 6분기 만에 최대폭 성장이다. 속보치 발표시 반영되지 않았던 3월 건설투자와 기업 실적 등이 반영된 결과다. 부문별로 보면 건설투자가 전분기 보다 1.5%포인트, 지식재산생산물투자가 0.5%포인트, 수출이 0.2%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분기 성장률이 1%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5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매분기 0%대 성장에 그쳤던 지난해에 비해 성장 흐름이 더욱 견조해졌다. 통상 1분기 성장률은 한해 성장률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산술적으로 보면 올해 남은 2~4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7%씩만 넘으면 지난 2014년 이후 3년만에 연 3%대 성장도 가능해졌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 올해 1분기는 건설·설비투자와 수출 등 민간 부분이 성장을 주도했다"며 "추경효과로 1% 넘게 성장했던 2015년 3분기와 달리 정부가 떠받치지 않는 성장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성장의 질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지출항목 별로 보면 수출이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전분기 보다 2.1% 늘었다. 설비투자도 작년 4분기보다 4.4% 늘었고, 건설투자는 올해 1분기 6.8%로 뛰었다. 다만 민간소비 증가율이 0.4%에 그쳐 소비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정부소비 증가율이 0.5%를 각각 기록했다. 경제활동별 성장률을 보면 농림어업이 5.9%, 건설업이 5.3%를 기록했고 제조업은 2.1%로 나타났다. 제조업 성장률은 2010년 4분기(2.2%) 이후 6년3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서비스업 성장률은 0.2%로 전 분기와 같은 수준에 그쳤다.
올 1분기 한국경제의 성장 흐름은 수출과 투자의 '쌍끌이 성장'으로 요약된다.
1분기 수출은 지난 연말보다 2.1%로 집계됐다. 속보치보다 0.2% 포인트 오른 수치로, 3월말 기업 수출 실적이 반영됐다.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이어간 데다 기계, 장비 등의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3.2% 증가해 1분기 내내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4월~ 5월에도 각각 24.1%, 13.4% 늘면서 2011년 12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2분기 수출 전망도 역시 밝은 상황이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4분기 -1.2%로 주춤했던 건설투자는 1분기 전기 대비 6.8% 큰 폭 늘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이어지면서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었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호황에 따라 기계류 투자 등이 늘면서 영향에 작년 4분기보다 4.4% 늘었다. 지식생산물투자 경우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0.3% 늘면서 속보치보다 0.5% 포인트 올랐다.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늘리면서 1분기 국내총투자율은 30.5%로 작년 4분기(29.9%)로 0.6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2분기(31.8%) 이후 최고 4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다만 소비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 보다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다른 부분들이 상향 조정된 데 비해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면서 "소비자들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휴대폰 구매를 연기한 데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 국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이라고 봤다. 하지만 "그렇지만 소비심리가 최근 들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향후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 부진으로 올 1분기 가계와 기업을 비롯한 경제 전체의 저축률은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1분기 총저축률은 전 분기(35.8%)보다 1.1% 포인트 오른 36.9%로 지난 1998년 3분기(37.2%) 이후 19년여 만에 최대치였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 2.6% 늘면서 최종소비지출 증가율(0.9%)보다 상승 폭이 컸기 때문이다.
[부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