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놓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청와대에 대립각을 세웠다 급하게 해명한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재계가 또다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내부 문건이 유출돼 마치 새 정부에 조직적으로 반기를 드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돼서다.
일부 언론은 1일 경제단체협의회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분석한 의견서를 작성해 실무 회의에서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경제단체협의회는 이 문건에서 일자리, 노사문제, 경제, 복지 분야 등 30개 항목으로 공약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협의회는 1989년 출범한 조직이다. 경총,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와 75개 업종단체, 15개 지역단체가 가입돼 있다.
다만 경제단체협의회는 각 단체 실무자들이 노사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단체로, 별도 조직을 갖추거나 구속력 있는 결의를 내놓는 단체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단체협의회는 사실 이름만 있을 뿐 의미 있는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곳으로 재계 비상연락망을 관리하는 곳 정도"라고 밝혔다.
특히 입장이 난처한 곳은 경총이다. 경총은 노사문제를 담당한다는 이유로 경제단체협의회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문건도 내부적으로 직접 작성한 주체는 경총 실무진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경총 포럼에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다.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라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경총은 최근 이같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새 정부로부터 잇따라 호된 비판을 받고는 "정부 정책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사태 수습에 힘쓰는 상황이다.
경총은 정규직화 관련 문제를 담은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책을 내려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발간
경총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정식 보고서가 아니고 내부에서 실무진이 자료를 정리한 수준의 '로 데이터(raw data)' 개념"이라며 "이 문건을 토대로 정식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정부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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