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일해도 월급은 100만원'
3년 전 한 대형마트 직원들은 "이 기막힌 현실을 바꾸고 싶다"며 피켓시위를 했다. 비정규직들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해당 마트에서는 많은 수의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다른 마트나 백화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치상 확실히 비정규직의 규모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유통업계에서 지난 2007년부터 적극 도입한 '무기 계약직' 덕택이다.
하지만 수치 확인으로 안도하기에는 여전히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게 현실이다.
◆무기 계약직은 '행복사원'?…승진 커녕 임금인상도 요원
유통업체에서 무기 계약직은 '중간직'이라고 불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이라는 의미에서다.
무기 계약직은 정규직으로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선 임금·처우 등에서는 정직원과 큰 차이가 있다.
일례로 대형마트에서 계산원 등을 포함한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6000원대 후반이다. 1주일에 40시간 이상을 근무한다고 가정해도 월 급여는 130만~150만원에 불과하다.
노동계에서는 무기 계약직은 엄밀히 말해 정규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정년까지 승진과 임금 인상이 거의 없는 불이익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정민정 민주노총 국장은 "무기 계약직은 고용의 안정성은 보장받았을지 모르지만 10년, 20년은 일해도 신입사원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비정규직 인력 규모 상당
16일 유통업계와 각 사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직원은 정규직 5102명, 비정규직 310명으로 비정규직의 비중은 5.6%에 머무르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무기 계약직을 포함한 정규직이 총 2000명 가량인 가운데 200명의 비정규직만 근무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전체 직원 2만7973명 중 정규직을 제외한 단시간 근로자는 390명이다.
단시간 근로자란 주말 등 특정 시간에만 짧게 일하는 근로자들을 말한다.
지난 2007년 무기 계약직을 도입한 롯데마트에서도 전체 직원 1만3814명 중 일반직이 4578명, 무기 계약직이 9236명이다.
홈플러스에서는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 직원의 10% 수준이라고 밝혔다.
수치상 비정규직의 비중은 작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비정규직 인력 규모가 상당해 문제다.
특정 시간, 기간에만 근무하는 근로자들과 직접 고용하지 않는 용역사원들이 대표적인 비정규직이다.
예를 들어 롯데백화점의 경우 외주업체를 통해 조달하는 인력의 규모는 정규직의 약 2배 규모인 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주차, 미화, 시설, 보안 부문에서 일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을 비롯해 사은행사장, 식품판매장 등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직원들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 밝힌 새 정부…유통업계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안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시작으로 대표 공약이었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동을 건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몇 년전부터 24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들은 모두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을 해왔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새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여파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 꾸준히 지적해왔듯 같은 정규직임에도 승진과 임금 등에서 차별을 받아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경기 불황 속에 대다수의 유통업체들은 성장이 멈춰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율을 더 높이게 되면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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