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이 중단됐던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당뇨비만신약 'JNJ-64565111' 생산 설비가 수차례 검증과 수정을 거쳐 재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시약 출하를 앞두고 있으며 사노피와 얀센의 글로벌 임상도 곧 재개될 예정입니다"
우종수 한미약품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두 신약 임상 지연은 처음부터 약 효능이나 기술수출계약 변경 문제는 아니었다"며 "파트너사들이 한국에 상주하며 신약 생산설비가 미국 식품의약품(FDA) 기준 등에 부합하는지 검증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느라 시약 생산이 늦춰졌다"고 밝혔다. 이와관련해 사노피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기술수출한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일정이 올해 4분기에 들어갈 것으로 밝혔다. 얀센에 기술수출한 당뇨비만신약 'JNJ-64565111'도 연내에 임상이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약 기술수출 과정에서 시약 생산이나 임상 절차 지연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난 연말 한미약품의 두 신약이 생산 차질로 임상이 미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신약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도 크게 반응했다. 우 사장은 "국내 신약 개발이나 기술수출 역사가 짧은 탓도 있지만 우리가 그만큼 신뢰를 주지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한미약품은 '신뢰경영'을 모토로 신약 개발 현황(파이프라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 사장은 "앞으로도 신뢰 회복을 위한 해법들을 내놓겠지만 무엇보다 진행 중인 신약 프로젝트를 문제없이 잘 끌고나가고 궁극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미약품은 몇개 신약에 의존하는 벤처가 아니라 수십년간 의약품을 개발하고 판매해온 기업"이라며 "복제약(제네릭) 복합제 신약 등을 선도적으로 내놓으며 업계를 리드해왔듯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의 미래는 두말할 것 없이 신약"이지만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현재 제품을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을 또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한미약품 국내 영업부문은 두자릿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우 사장은 "각 질환 분야 시장성과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골다공증치료제 과민성 방광치료제 고지혈증치료제 등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의 대표품목인 아모잘탄에 스타틴이나 이뇨제를 복합한 3제 복합제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고전했던 중국법인도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 우 사장은 "중국 시장은 이미 선진 시장으로 허가절차와 규정이 까다롭다"며 "현재 자료를 보강 중이며 조만간 북경한미도 좋은 제품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국내외 영업을 바탕으로 R&D투자도 확대할 전망이다. 우 사장은 "지난해 투자금액 대비 두자릿 수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금은 펜탐바디(병을 유발하는 병원체에 대항하는 항체가 면역세포와 암세포에 동시에 작용하도록 하는 기술) 항암제 개발과 랩스커버리(기존 치료제보다 몸 안에서 오랫동안 약효를 발휘하는 지속형 치료제 기술)를 활용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쓰일 예정이다.
우 사장은 "한해 쓸 R&D 투자비용을 미리 정해놓고 움직이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매출 대비 10% 이상이라는 잠정적 목표는 있지만 혁신적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그 이상도 언제든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를 위해 투자를 망설이지 않는 기업문화를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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