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이 잇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업계 1위 농심이 신호탄을 쏜데 이어 이번엔 삼양식품이 5월부터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삼양식품은 원가상승 때문에 다음달 1일부터 삼양라면을 비롯한 12개 제품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평균 5.4% 인상한다고 28일 밝혔다. 삼양식품이 라면값을 올린 건 2012년 8월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등 주요 제품 가격이 50원씩 오른다. 삼양라면은 760원에서 810원, 짜짜로니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각각 오른다. 불닭볶음면과 나가사끼짬뽕, 맛있는라면, 간짬뽕 등은 1000원에서 1050원이 된다. 다만 최근 출시된 불닭볶음탕면, 김치찌개면, 갓짬뽕, 갓짜장 등의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인건비를 비롯해 물류비, 스프 재료비 등 원가 상승 압박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대표적인 서민식품 라면의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농심도 신라면, 너구리 등 12개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신라면은 780원에서 830원, 너구리는 850원에서 900원, 짜파게티는 900원에서 950원으로 각각 올랐다.
라면업계가 이처럼 가격 인상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은 국내 라면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의 판매 매출 총액은 약 1조8400억원이다. 2012년 1조3500억원대에서 이듬해 1조 7800억원대로 급 성장한 라면 시장은 최근 4년 동안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약 600억원 커지는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 변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를 감안하면 국내 시장 규모는 사실상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원가 상승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시장 성장까지 정체되면서 수출이나 가격 조정 등으로 활로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
라면업계 4강 가운데 두 곳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오뚜기와 팔도 역시 라면값 올리기에 동참할 지 관심이 쏠린다. 오뚜기와 팔도 측은 "지금으로선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오뚜기는 2008년, 팔도는 2012년 이후 라면값을 올린 적이 없어 업계에선 연내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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