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 2011~2016년 방사성 폐기물을 무단으로 폐기하는 등 총 36건의 원자력안전법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간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특별조사를 통해 그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초 원안위에 입수된 제보에 따라 시행됐다. 원안위 소속 14명의 조사단은 즉각 원자력연구원 내 원전 제염(오염제거)·해체 관련 시설 3개(핵연료재료연구동·금속용융시설·가연성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특별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2월 조사단은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 폐기물 무단 폐기 사례 12건을 중간보고를 통해 밝힌 뒤 이후로도 비슷한 유형의 법 위반 사실 24건을 추가 적발해 이번에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단 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 폐기물을 정해진 처분절차를 따르지 않고 무단 폐기하거나 방치한 사례가 총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중간보고 이후 드러난 추가 위반 사실에 따르면 연구원은 콘크리트 폐기물(0.2t)에 대한 제염 실험 후 이를 일반 콘크리트 폐기물과 섞어 무단으로 버렸고 유해가스 제거기에 고인 오염수를 우수관(빗물배수관)으로 1t가량 배출하기도 했다.
금속용융시설에서 용융 후 남은 방사성 폐기물 1.3t을 연구원 내 야적장에 무단 방치했으며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사용한 장갑 등을 용융로에 임의로 넣어 녹이기도 했다.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쓰인 현미경이나 전기용융로, 열충격장치 등도 무단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성 물질을 허가 없이 무단 사용하거나 허가량을 초과한 채 쓰기도 했다. 우라늄 제염만을 허가 받은 상태에서 세슘이나 코발트로 오염된 토양 폐기물까지 무단으로 제염했고 오염된 토양·콘크리트 폐기물을 연간 허가량인 12t을 초과해 2013년 20t, 2014년 27t씩 각각 제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건 방사능 농도나 폐기물 저장·운반 현황 등 주요 기록을 조작·누락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5~10월 가연성폐기물 처리시설의 배기구 방사능 감시기에서 경보가 발생했음에도 운전 중단 등 적절한 비상조치를 수행하지 않았고 이 기간 경보 설정치인 1㎥당 2㏃(베크렐·1초간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하는 방사능)을 넘어선 측정치를 '0'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36건의 법령 위반 외에 연구 부정 사례도 적발됐다. 오염 토양 제염기술 실증 시험 때 방사능 농도를 연구목표치 이하로 맞추기 위해 일반 토양으로 희석했고 연구실 장비를 위탁과제 종료 후 타인에게 무단으로 제공·사용하도록 하고 파손이 되자 다른 장치를 해당 장치로 속여 불용 처리하기도 했다. 특히 연구원 소속 피조사자 A씨는 조사 대상인 다른 동료 직원에게 폐기물 무단 배출을 부인하거나 배출횟수·소각량 등을 허위 진술하도록 회유했고 또 다른 B씨는 A씨와 함께 무단 폐기 콘크리트가 일반 폐기물이라는 거짓 진술을 반복하면서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허위 자료까지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원안위는 이번에 연구원이 무단 폐기한 콘크리트·오염수 등의 폐기물에서 환경상 방사선 영향은 기준치 이하로 미미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허가 위반이나 검사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도 실행할 방침이다.
지난 2011년 원안위가 출범한 후 연구원에 대한 특별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며 그간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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