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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이 개발한 AI카메라 번역앱 워드렌즈 [사진 = 구글블로그] |
"Six times and Lifestyle meat" 특유의 어눌한 기계음에 사람들은 깔깔 거리고 웃는다. 얼마전 까지 컴퓨터 번역기는 이처럼 개그 단골 소재였다. 그러나 구글 '알파고'가 등장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통·번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월 통·번역 전문가들과 인공지능 대결도 벌였다. 아직은 사람의 한판승. '기계 입장에서 불공정한 대결'이었다는 논란이 일긴 했지만 인공지능 번역 분야에서도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을 쓸 수 있는 지경이 됐다. 솔직히 '외국어 울럴증' 있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응원하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번역이 무서운 속도로 학습하면서 오류를 줄여가고 있다. 기대해도 좋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 시대가 오기는 오는 걸까.
인공지능 번역의 정확한 명칭은 인공신경망(NMT) 번역이다. 기존 통계 기반 번역이 단어와 구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인공신경망 번역은 한번에 전체 문장 단위로 번역한다. 이게 어떻게 다른 지 살펴보자. 기존 번역은 해당 단어와 일치하는 외국어를 기계적으로 대입해 바꿔놓은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한국어와 영어처럼 어순이 다른 언어 번역은 애처로울 정도로 번역이 엉망이다. 인공신경망 번역은 문장 단위로 번역하기 때문에 어색한 부분을 줄이고, 관용구나 문맥을 파악한 결과를 내놓는다. 전체 맥락을 파악한 번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구글은 인공신경망 번역을 적용한 결과 기존 번역에 비해 적게는 55%에서 많게는 85%까지 오류를 줄였다고 평가했다. 김대균 세종대 교수(영어학)는 "인공지능 번역은 속도와 편의성 면에서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면서 "정확도 측면에서도 입문자들이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할 때 활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김준석 네이버 파파고팀 리더는 "현재 자체 서비스는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라면서 "3년 후엔 80점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면 일상적 대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리더는 "늦어도 2020년엔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어려움 없이 미국을 혼자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 한·영 상호 번역을 처음 선보인 것은 국내기업 네이버다. 지난해 8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구글이 지난해 11월부터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시스트란, 한컴그룹 등도 인공지능 번역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최근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뛰어들었다. 시장조사 업체 윈터그린리서치는 2019년까지 전세계 자동 통·번역 시장이 69억 달러(약 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초창기 서비스는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페이지에 접속해야 이용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인공지능 번역 기기와 별도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자사 웹브라우저 '웨일' 안에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 파파고 기능을 추가했다. 검색으로 영문 뉴스를 보거나 보고서를 읽을 때 파파고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번역된다. 네이버는 파파고를 활용해 기업 맞춤형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GS리테일과 협약을 맺고 편의점 시장에 진출했다"며 "접객 용어부터 상품 설명, 세금 환급, 교통카드 안내 등 편의점에서 꼭 필요한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집중 개발해 파파고 앱에 업데이트한다"고 말했다. 전국 GS25 편의점 가맹 사업자와 현장 직원들은 파파고 앱을 활용해 외국인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경찰청과도 협약을 맺고 관련 콘텐츠를 준비중"이라며 "물건 판매, 관광안내 등과 같은 다양한 상황 별 대화 데이터를 모아 파파고를 더욱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글과컴퓨터는 로봇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도입해 로봇 번역사를 만들었다. 로봇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면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통·번역 결과를 보여주고 말도 한다. 한컴 관계자는 "주변 소음과 말하는 사람 목소리를 구별하고 시끄러운 장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특화된 음성인식 기술이 적용됐다"며 "이를 인정받아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통역 서비스로 채택됐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쯤엔 평창올림픽 대회장 곳곳에 배치돼 있는 한컴 통번역 로봇이 외국인 관람객들과 국내 자원봉사단들 소통을 도울 예정이다.
MS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에 인공지능 통·번역 기능을 탑재시켰다. 전화를 할 때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통역 결과가 뜬다. 영어와 스페인어, 독일어, 러시아어, 만다린어 등 9개 언어권 사람들과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다.
구글은 카메라에 인공지능 번역을 넣었다. 지난달 서비스를 시작한 '워드렌즈앱'이란 서비스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간판이나 메뉴판 등을 비추면 번역된 결과를 화면에 보여준다. 네이버 파파고도 이미지 번역을 최근 시작했다.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고 궁금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번역 결과를 알려준다.
마이크 슈스터 구글 번역·리서치 담당은 향후 인공지능 번역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구글번역은 매일 10억개 이상 문장, 1400억개 이상 단어를 번역하며 진화중"이라며 "향후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번역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굳이 외국어 공부를 할 필요도 없어지지 않을까. 이에 대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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