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용사 10명중 8명은 주(週) 68시간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에 출근했지만 건강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는 이른바 '프리젠티즘(presenteeism)' 경험률은 3명중 1명 이상이었다.
19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울산대 간호학과 이복임 교수팀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14년 근로환경조사 원시자료를 이용해 미용사 920명의 근무 환경·정신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 미용사의 79.8%가 주 68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주당 법정 근로시간(40시간)은 물론,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323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주 평균 53시간)보다 15시간이나 길다. 미용사는 오래 일하면서도 39%가 강한 진동, 36.7%가 화학물질 노출에 시달렸다.
미용사의 프리젠티즘 경험률은 36%, 정신 불건강 유병률은 45.1%였다. 연구팀은 지난 12개월간 몸이 아픈데도 하루 이상 일을 했다면 프리젠티즘을 경험한 것으로 봤다. 정신 불건강 여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5가지 웰빙 지수를 이용해 판정했다.
과도한 소음이나 화학물질에 노출된 미용사의 프리젠티즘 경험률은 40%대 초반으로 그렇지 않은 미용사보다 10%p 가량 높았다.
미용실 내에서 언어폭력·성희롱 경험도 미용사의 프리젠티즘 경험률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성희롱을 경험한 미용사의 프리젠티즘 경험률은 80.2%로 성희롱을 받지 않은 미용사(35%)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언어폭력 경험도 프리젠티즘 경험률을 50.1%까지 끌어 올렸다.
이 교수팀은 논문에서 "국내 근로자의 프리젠티즘 경험률이 21.7%라는 최근 연구결과와 비교하면 미용사의 프리젠티즘 경험률(36%)은 매우 높은 수준"이며 "미용사의 프리젠티즘 경험률이 높은 것은 온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작업조건, 거의 없거나 매우 불규칙한 식사시간, 장시간 근로와 휴가 일수 부족, 휴식공간 부재, 낮은 급여 등 열악한 작업환경과 근로조건에서 기인한다"고
2014년 현재 국내 미용사 수는 14만162명으로, 5년 전보다 14%P 이상 늘었다(통계청). 미용사의 86.3%(12만1012명)는 여성이고, 99.2%(13만8976명)는 개인사업체에서 일한다. 이 연구결과는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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