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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타 워커힐 로비에 위치한 800년된 '올리브 나무' |
지난해 4월 SK네트웍스의 수장을 맡은 최신원 회장은 틈만 나면 임직원들에게 '혁신'을 강조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고정관념과 금기를 깰 수 있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그런 그의 '혁신 DNA'가 워커힐을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은 부친인 최종건 창업회장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인수하고 거주했던 곳으로 최신원 회장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 호텔이다.
먼저 이름부터 바꿨다. 글로벌 호텔브랜드를 과감히 떼어내고 올해부터 독자브랜드인 '워커힐'만을 사용키로 한 것. 이 같은 결정은 글로벌 호텔 체인인 스타우드 계열의 '쉐라톤'과 'W'브랜드 사용에 따른 장점보다 고객서비스 향상을 위한 전략적 투자와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50년 이상 호텔사업을 하며 축적한 역량과 중화권을 중심으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워커힐'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도 바탕에 깔려있다.
독자브랜드 사용 결정에 따라 기존의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서울'이 '그랜드 워커힐 서울'로, 'W 워커힐 서울'이 '비스타 워커힐 서울'로 각 각 명칭이 변경됐다.
13일 미디어데이를 갖고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비스타 워커힐 서울' 곳곳에는 최 회장의 혁신 정신이 스며들어있다. 일단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지중해에서 공수해온 800년된 올리브 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올리브 나무는 평화, 번영, 희망을 상징하는 신성한 나무다. 비스타 워커힐을 찾는 모든 고객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상징물로 만들어 보라"는 최회장의 아이디어에 따라 설치된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스트인 '김치앤칩스'는 올리브 나무와 움직이는 로봇팔에 설치된 프로젝션을 활용해 매핑쇼(Mapping Show)를 선보이며 몽환적인 느낌을 연출해낸다.
또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기술을 대거 도입했다. '스마트 호텔'을 만들라는 최 회장의 지시 때문이다. 250개 모든 객실에서는 아이패드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인 룸 오더(In-room order)'가 가능하며 국내 최초 음성인식시스템 '누구(NUGU)'를 방마다 배치해 음성인식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로비에 설치된 가상현실 체험공간 'VR 존'과 'A.I 미러(인공지능 거울)'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최신 테크놀러지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의 차가움을 상쇄하기 위해 자연의 포근함을 덧칠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호텔 4층 야외공간에 마련된 '스카이야드(SKYard)'에는 희귀식물로 둘러싸인 자연정원과 한강을 바라보며 족욕을 즐길 수 있는 풋 바스(Foot Bath) 시설, 테라스 바, 지압길 등이 마련돼있다. 워커힐 관계자는 "한강을 바로 바라보는 서울 시내 최고의 경관과 함께 자연 속에서 힐링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어우러지면서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변신을 시도한 그랜드 워커힐은 '패밀리 프렌들리(Family Friendly)'를 지향한다. '키즈클럽'과 '키즈풀'을 신설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한편, 북카페를 만들어 호텔을 찾은 고객들이 보다 편안하고 알찬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키즈클럽'과 '키즈풀'은 손자를 데리고 워커힐을 찾았던 최 회장이 직접 제안한 시설들이다.
워커힐의 혁신은 기존 호텔의 리뉴얼에 그치지 않고, 외부로도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인천공항내 캡슐호텔 '다락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키리스(Keyless) 시스템을 통해 예약 및 체크인은 물론 조명·온도조절까지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호텔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최신원 회장의 SK네트웍스 경영 복귀 이후 동양매직 인수, 패션부문 매각 등 굵직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호텔부문이 가장 빠른 속도로 혁신을 시도하는 것은 워커힐에 대한 그의 높은 관심 때문이다. 최 회장은 평소 "한국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끊임없는 혁신 노력을 통해 워커힐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리조트 호텔로 만들자"고 강조한다. 세계 최장 길이의 인피니티 풀과 사계절 스파를 갖춘 스파 리
호텔업계 관계자는 "사드 후폭풍으로 국내 관광업계가 위기감에 휩싸운 가운데서도 선친이 워커힐을 인수했던 이유인 '관광한국'을 실현하기 위한 최신원 회장의 워커힐 혁신 행보가 업계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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