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오염된 특정 폐수가 얼어붙기만 하면 독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를 실제 공장에 배치하게 되면 저렴한 비용으로 폐수를 정화시킬 수 있는 만큼 산업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극지연구소와 한림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체코 마사릭대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진은 발암물질 중 하나인 '6가 크롬'이 녹아있는 물이 얼게 되면 유독 성분이 감소하는 화학반응을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6가 크롬은 도금 작업 등에 활용되는 금속원소 크롬 화합물 중 하나로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중금속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화학 반응은 낮은 온도에서 느리게 일어난다. 하지만 연구진의 실험 결과 얼음 결정이 만들어지는 영하의 온도에서 6가 크롬은 다른 성분과 반응해 인체에 유해성이 낮은 '3가크롬'으로 빠른 속도로 바뀌었다. 연구를 이끈 김기태 극지연구소 극지고환경연구부 선임연구원은 "얼음 결정 사이에 완전히 얼어붙지 않은 영역이 존재하는데 이곳에 6가크롬 등이 모여 농도가 최대 수십만배 높아진다"며 "이같은 환경이 화학반응을 쉽게 일어나게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를 위해 부산에 위치한 한 크롬 도금 공장에서 폐수를 받아 희석시켰다. 이 폐수를 얼음으로 만든 뒤 녹였더니 인체에 해로운 6가크롬이 무해한 3가크롬으로 변한 것을 발견했다.
이유는 수소이온의 농도에 있다. 얼음 결정 사이에 존재하는 '틈'에는 물이 분해된 수소이온이 존재한다. 수소이온이 높아지면 PH가 낮아지는데 이 환경이 6가크롬에 변화를 유발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수소이온이 증가하고 PH가 떨어지면 6가크롬의 화학반응이 달라진다"며 "일반적으로 6가크롬은 PH가 낮은 환경에서 전자를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전자를 3개 받아들인 6가크롬은 인체에 무해한 3가크롬으로 변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실제 제조업체에서 방출된 6가크롬 오염폐수로 실험을 진행했으며, 6가크롬과 반응한 성분들 역시 생활 및 산업현장에서 방출되는 물질이었다"며 "얼리기만 하면 오염물질이 정화되는 만큼 향후 폐수처리 공정에 활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얼음의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분야 국제 학술지인 '독성물질 저널'과 '환경과학 저널'에 1월과 3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