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독립법인 4개사가 오는 2021년까지 5년간 3조5000억원을 기술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룹의 한 해 평균 투자는 7000억원 규모로 지난해(2000억원)보다 3.5배 증가할 전망이다. 연구개발 인력도 5년간 6000명을 더 뽑아 1만명까지 늘린다고 밝혔다. 한 지붕 아래 있다가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든 만큼 기술과 품질로 승부를 걸겠다는 생존전략으로 풀이된다.
3일부터 기존 현대중공업은 현대로보틱스와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등 4사 체제로 전환됐다. '뉴(NEW) 현대중공업' 시대가 막을 올렸다.
이날 오전 현대중공업은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부회장, 4개 회사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 현대중공업 본관 앞에서 기념식수를 하고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오늘이 현대중공업의 제2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 '기술'과 '품질'을 모든 경영의 핵심가치로 삼아 각 분야 글로벌 '톱5' 진입을 목표로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자"고 주문했다.
뉴현대중공업은 출범 첫날 대규모 투자계획부터 발표했다. 4개사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기술개발에만 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불안정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고 한다"며 통 큰 투자 계획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각 회사별로는 우선 조선·해양·엔진 부문만 남게되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5년간 시설투자 3900억원 등 총 2조5000억원을 기술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전체 3조5000억원 중 7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십 개발, 스마트 야드 구축 등에 자금을 투입해 세계 1위 자리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에서는 각각 6800억원과 6600억원 기술투자가 이워질 예정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저소음·저손실 변압기 개발과 고압차단기 라인업 확대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주력인 굴착기 판매 라인업 개발과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서비스·솔루션 개발 등을 중점 투자 분야로 선정했다.
현대로보틱스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정용 로봇 사업 확대 등에 1100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 1위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4%에 불과한데 이를 만회하기 위한 투자라는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향후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 투자를 글로벌 선진기업 수준인 6~7%까지 확대해 기술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 인력도 대대적으로 확충한다. 현재 4000명인 연구인력을 5년 뒤에는 1만명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5년간 무려 6000명의 고급 인재를 더 뽑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30대 그룹에서 2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과 비교하면 인재 확보에 그룹의 명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다.
그룹 관계자는 "신기술 개발을 통해 성과를 창출한 직원이나 업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가진 인재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승진과 처우를 보장하려고 한다"며 "해외 유학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직과 인사제도에도 기술 중심 경영 전략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4개사에 각각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부사장급으로 임명해 신제품 개발부터 기술전략 수입, 연
우수인재 조기발탁을 위해 '부장-차장-과장-대리-4급'의 5단계 직급체계를 단계적으로 3단계 직급으로 간소화하는 방안도 곧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는 신뢰성 센터 신축하고 현대로보틱스는 클린룸을 증축해 제품 품질도 확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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