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의 적(敵)은 여름이다. 더위에 초콜릿이 녹아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사시사철 무더운 베트남에서 초코파이를 얼려 먹는 방법을 소개해 지난해 7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초코파이 열풍과 스낵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오리온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연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2006년 호치민에 현지 첫 생산 공장을 설립한 후 11년 만이다. 이는 전년 매출보다 24.1% 증가한 수치로 10년 전 중국 내 성장율과 비슷하는게 오리온측의 설명이다.
13일 오리온은 '포스트 차이나'로 선택한 베트남 시장이 제2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인구는 약 9500만명으로 제과의 주소비층인 30세 미만 인구가 50%에 달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게 회사측의 분석이다.
지난 1995년 초코파이를 수출하면서 베트남에 첫 발을 내딛은 오리온은 2006년 호치민에 첫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했다. 2009년에는 파이·비스킷 주요 시장인 베트남 북부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하노이에 제2공장을 가동했다. 회사측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고품질 과자, 한류 열풍에 힘입어 2015년 누적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현재 베트남 제과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고성장은 초코파이와 스낵 제품들이 이끌고 있다. 진출 초기에 오리온은 정감을 뜻하는 베트남어 '띤깜(Tinh Cam)'이 '정(情)' 의미와 유사하다는 것에 착안해 '초코파이=띤(Tinh)'이라는 콘셉트로 현지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초코파이는 현재 베트남 파이 시장 점유율 58%를 차지하며 제사상에도 오르는 등 국민 파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제품의 양을 10% 늘려 호평을 받았다.
스낵류의 경우 베트남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국내에 없는 독특한 맛을 개발하는 현지화 전략이 통했다.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현지인들에게 친숙한 오징어맛, 스테이크맛, 해조류맛, 새우맛 스낵류 제품들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오스타'와 '투니스'를 중심으로 한 스낵류는 지난해에 전년 대비 40% 이상 고성장하며 전체 매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오리온은 영업에서도 한국식 '정(情)' 전략을 펼치며 베트남 시장을 개척했다. 대부분의 베트남 소매점은 전형적인 슈퍼마켓 형태로 수많은 제품들이 무질서하게 놓여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오리온 영업사원들은 거래처를 방문할 때마다 진열대를 청소하고 정리하는 등 차별화된 영업활동을 통해 매장 점주와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베트남 제과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베트남 농가와 상생전략을 펼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오리온은 현재 현지 감자농가 3000여 곳과 계약을 체결하고 연간 1만여 톤에 달하는 감자를 스낵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고향 감자가 농가소득 증대와 여성과 아이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취지의 '고향감자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지 감자 재배 농가를 지원하는 '베트남 고향감자 지원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베트남 북부 하노이 지역 농가에 최신형 트랙터 등 1억 원 상당의 필수 농기계를 전달했다. 또한 베트남 토양에 맞는 씨감자를 연구 생산해 농가에 보급할 수 있도록 국립베트남농업대학교 IBA(농생물연구소)에 씨감자 연구시설을 신축해 기증했다.
오리온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메콩강 지역 등 지방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대해 베트남 전체 제과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더울어 베트남을 발판으로 아세안 국가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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