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가 실패'의 갈림길에 섰다.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한국은 이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특히 선고 이후 한달은 국가 '명운(命運)'을 가를 시기가 될 전망이다.
이미 한국은 지난 반년 동안 극심한 국가 혼란과 국정 공백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나라 안팎에서 겹겹이 위기가 밀려오는 와중에 질서있는 수습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는 손을 놨고, 똘똘 뭉쳐도 모자를 상황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극한 대립과 분열 양상을 보이며 그나마 남아있던 국력마저 소모했다.
문제는 헌재 결정 이후다. 결론이 어찌됐든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과거 정치·외교·경제 분야 사령탑을 맡았던 국가 원로와 전문가들은 헌재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헌재 결정을 놓고 또 다시 모두가 거리가 뛰쳐나가고, 이 와중에 대선까지 겹쳐 갈등을 증폭시키면 한국 정치경제 질서가 무너지는 국가적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며 "이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중첩된 국가적 난제 극복을 위해 힘을 모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든지 각 정파와 국민들은 승복해야 한다"며 "나라 안팎이 어려운데 정치권과 국민들은 신중한 마음으로 더 멀리보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결정에 불복하면 사회 혼란만 가중될 뿐 어떤 해결책도 나오지 않는다"며 "특히 (정부는) 국방과 외교의 엄중함을 느끼고 손을 놔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쟁만 되풀이하는 식물국회와 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반신불수가 된 정부를 하루 바삐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헌재 판결 이후 광장정치는 문을 닫아야 하며, 이에 편승한 정치인은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장은 "법치국가의 국민으로서 자기 생각과 다른 결론이 나오더라도 승복해서 단합된 힘으로 어려운 파고를 헤쳐가야 한다"며 "정치인들도 국민 마음을 한 뜻으로 모아야지, 광장정치에 편승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도 "헌재 결정 바탕 위에서 하루 빨리 정부는 제 기능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할 때"라고 밝혔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미·중과의 통상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경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맡은 바 본분을 지키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경제 관료들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서 사안별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신헌철 기자 / 이호승 기자 / 전정홍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