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운영과 비상상황 내용을 발전소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는 블랙박스 시스템이 개발됐다. 8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이 연구원 김창회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 연구팀은 원전 사고 시 원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저장한 후 위성을 통해 발전소 외부로 자료를 전송하면 발전소 외부에서 이동형 시스템으로 원격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개발에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가장 큰 계기로 작용했다. 당시 중앙 제어실이 손상되고 전력 공급마저 끊겨 제어 기능을 완전히 상실함에 따라 원자로 상태 확인은 물론이고 조작·제어도 불가능한 속수무책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고온·고방사능 등 극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계측제어 시스템인 블랙박스를 제작했다. 특히 원전 반경 30㎞ 이내 안전한 곳에서 블랙박스가 수집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송 받아 제어할 수 있는 모바일 원격감시제어실도 개발했다. 현재 시작품으로 완성된 블랙박스는 외부온도 80도와 주변 방사선 1.2kGy(킬로그레이·방사성 에너지량 단위)에서 동작할 수 있다. 연구원은 오는 2022년까지 외부온도 200도와 방사선 5kGy까지 견디는 수준으로 제품 성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이번 제품은 이르면 2025년께 국내 원전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블랙박스는 사고에 의한 전력 공급 차단에 대비해 충전용 배터리로 작동하며 침수를 막는 방수 기능과 수소가스 폭발에도 견디는 방폭 기능까지 갖고 있다. 차량 형태의 원격감시 제어실은 1인 운전을
김창회 연구부장은 "2022년 초 연구개발 종료 시점까지 상용화를 추진해 국내 원전 현장은 물론이고 수출을 통해 해외 원전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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