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철저한 생산공정 관리를 위한 조직을 신설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 7 사태와 같은 심각한 품질문제가 재발해서는 안된다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삼성전자는 2일 '글로벌품질혁신실'을 새로 만들고 초대실장으로 김종호 삼성중공업 생산부문장(사장)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제조분야 최고 전문가인 김 사장은 삼성전자 IM(IT·모바일), CE(소비자가전) 부문 등 완제품 사업 전반에 걸친 품질과 제조 혁신활동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품질혁신실은 삼성전자의 자기반성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7 사태 이후 생산공정 관리를 기본부터 점검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글로벌품질혁신실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제품 경쟁력의 기본인 품질은 사소한 문제도 타협해서는 안된다. 공정 개선과 검증 강화를 통해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고 경영진이 '기본적인 품질도 못챙기는 회사는 혁신을 외칠 자격이 없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며 "품질문제는 다시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공정관리를 맡길 적임자로 꼽힌다. 입사 이후 줄곧 제조관리 부문에 몸담은 김 사장은 베트남 호치민 가전 복합단지(SEHC)를 비롯한 삼성전자의 전 세계 30여 개 공장의 공정관리 체계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2014년 스마트폰 갤럭시S6의 몸체를 플라스틱에서 금속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뒤 베트남 공장의 금속가공기계에 수치제어장치 2만 대를 설치해 처음 만드는 금속 바디의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데 공을 세웠다. 삼성 관계자는 "김 사장이 그동안 경험을 살려 하락한 삼성전자 완제품 제조 분야의 이미지 쇄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달 28일 이뤄진 삼성SDI 전영현 대표이사 내정 이후 두번째 사장급 인사다. 올해 사장급 인사의 특징은 '개별 발표'다. 과거 삼성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사장급 임원들의 인사를 일괄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각 계열사가 이사회나 주총을 통해 그룹에서 결정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고위 임원의 인사권을 그룹이 통제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룹 인사를 총괄하던 미래전략실이 지난달 28일 전격적으로 해체되면서 각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인사를 결정하고 발표하는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다. 앞으로 각 계열사들은 준비되는대로 사장급 인사를 포함한 임원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그룹 미래전략실에서 미리 구상했던 인사를 개별적으로 발표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계열사별 독립 경영 시스템이 정착되면 외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위촉하는 등 지금까지 상상하기 힘들었던 변화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삼성 각 계열사는 앞으로 이사회 산하에 CEO 추천위원회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외이사들의 역할도 이전보다 중요해졌다. 그동안 이사회는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면서도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특검 수사를 비롯한 대내외 불확실성 영향으로 당장 실행하지는 못했지만,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수준으로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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