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이 파생상품을 만들어 대우조선 유동성 확보 방안을 검토하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추가지원을 넘어 일반 투자자의 돈으로 대우조선을 도와주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올해 인도할 선박의 인도대금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해 대우조선에 현금을 수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BS는 규모가 커 환금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잘게 쪼개 증권으로 만들어 현금화하는 파생상품의 한 종류다.
문제는 대우조선이 제 때 인도대금을 받을 수 있느냐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올해 발주사로부터 약 10조원의 대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유가 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발주사가 드릴십 등 시추설비 인도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대우조선은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2척을 완성했지만, 소난골이 인도를 미루고 있어 약 1조원의 인도대금을 못 받고 있다. 세계 최대 해양시추업체 시드릴도 파산 위기에 몰려 있다. 시드릴은 최근 채권단과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의 신규 자본 확충·차입금 만기 연장 등 재무구조 개선안을 두고 협상하고 있지만 난항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ABS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산업은행의 보증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업계 시각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보증을 서면 대우조선에 대해 추가지원을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ABS의 기초자산으로 쓰인 선박 계약의 인도에 문제가 생기면 산업은행이 돈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ABS 인수 자금이 그 회사와 거래하는 투자자의 투자금이 되는 것도 문제다. 금융회사가 소비자 투자금으로 대우조선의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ABS에 투자했다가 대우조선이 선박을 제 때 인도하지 못하면 피해를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아야 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 보증을 서든, 서지 않든 대우조선이 선박 인도에 실패하면 손실을 국민 돈으로 메우는 꼴이 된다.
채권단이 추가 지원 논란에도 ABS 카드를 검토하는 이유는 대우조선이 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어서다. 대우조선은 다음달 44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다음달을 넘겨도 오는 7월 3000억원, 11월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각각 돌아온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현재 회사 내에 있는 돈은 약 50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2015년 10월 지원받은 정부의 유동성 자금 4조2000억원 중에서도 약 7000억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다음이다. 다음달에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고 나면 당장 운영자금도 부족해질 수 있다. 대우조선은 임직원 임금, 건조할 선박 부품 대금 등으로 한달에 약 8000억원의 운영비를 써야 한다.
가장 긍정적 시나리오는 소난골에 드릴십을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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