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모바일을 위해 콘텐츠를 디자인하지 않는다."
9300여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 인터넷 기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모바일 플랫폼이 콘텐츠보다 우선순위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술 플랫폼보다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는 도발적 선언이었다. 그는 미디어 업계 CEO로서는 최초로 MWC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행사 첫날을 마무리하는 오후 6시에 열렸지만 개막 기조연설에 맞먹는 약 1500명이 참석해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행사는 영국 BBC 앵커 프란신 스톡과의 대담형식으로 진행됐다.
헤이스팅스 CEO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서 넷플릭스 드라마가 모바일로 서비스되는 비율이 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모바일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들을 만드는데 우선순위를 둔다"고 했다. 이어 "스마트폰 등장 이후 세로 화면(버티컬 비디오)이 유행이지만 그런 고정된 틀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기 보다 어떤 화면 사이즈에서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전세계 최고 콘텐츠를 모은 다음, 이를 모바일을 포함한 다른 어떤 스크린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Flexibility)을 가지려 한다"고 했다. 넷플릭스가 비행기 기내 방송을 추진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특정 기술이나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으려는 이유가 뭘가. 엔지니어 출신인 헤이스팅스 CEO는 "우리도 미래 인터넷 기술이 어떤 형태로 나아갈 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세계 최고 콘텐츠로 시장의 최전선에 서는 것은 넷플릭스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헤이스팅스 CEO는 6주 정도 후 출시될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13가지 이유'를 언급했다. 13살 소녀가 자살을 하면서 자신이 죽어야 하는 13가지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으로 매우 논쟁적이다. 그는 "10대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작품"이라며 "넷플릭스를 키운 것은 모바일 기술이 아니라 이런 콘텐츠였다"고 강조했다.
헤이스팅스 CEO는 전통적 방송사들도 넷플릭스와 같은 '몰아보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3년 미국 정가 뒷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제작한 후에 시즌1 13화를 한꺼번에 공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보통 시청자들 궁금증을 유발하려고 주단위로 공개하던 기존 편성을 깨는 파격이었다. 그는 "몰아보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최초 몰아보기 콘텐츠는 소설이었으며, 넷플릭스는 TV쇼와 드라마를 소설과 같은 단계로 되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스팅스 CEO는 전날 공개된 LG전자 새 전략 스마트폰 G6가 HDR(High Dynamic Range)을 지원하는 것을 언급하며 "나 역시 '크라운(넷플릭스 드라마
[바르셀로나 =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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