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기조로 휘발유·경유 등 유류제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정부가 걷은 유류세수도 사상 처음으로 23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11월 원유 감산에 합의한 뒤 유류제품 가격이 오르자 유류세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2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유류제품에 붙여 걷은 세금은 관세와 수입부과금을 빼고도 23조7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2013년 20조4500억원의 유류세 수입을 올렸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2014년 정부는 유류세로 20조8500억원을, 2015년에는 21조8000억원을 각각 걷었다.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기준 연간 평균 가격은 2014년 배럴당 96.56달러에서 지난해 41.4달러까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27.28원에서 1402.64원으로, 경유 판매가격은 1636.68원에서 1182.54원으로 각각 하락했다.
가격이 싸지자 유류제품 소비가 늘어 지난해 국내 휘발유 판매량은 7905만배럴, 경유 판매량은 1억6675만배럴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3%, 6.6% 증가해 소비량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류세는 리터당 고정적으로 붙기 때문에 판매량이 늘어나면 세수도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OPEC가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OPEC의 감산합의에 러시아·베네수엘라 등 OPEC에 가입하지 않은 산유국들까지 동참하기로 하면서 배럴당 40달러선에 머물던 국제유가가 50달러 이상으로 반등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상승 흐름을 타고 국내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도 지난달 평균 각각 리터당 1507.88원와 1300.18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22.63원, 경유는 142.85원 오른 가격이다.
유류제품 가격이 부담되기 시작하자 저유가에 잠잠해졌던 유류세 인하 요구가 다시 거세지기 시작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류제품 가격이 높은 건 휘발유 기준 60%가 넘는 세금 비중 때문"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오해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토로했다.
1차 에너지인 유류에 많은 세금이, 2차 에너지인 전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이 부과되면서 에너지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난방에 사용하면서 에너지 낭비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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