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4개월차에게 밥솥은 장식품일 뿐. 찬장 가득 쌓인 햇반과 스팸, 너구리 라면, 통조림 등 갖은 간편식품이 슬슬 물리던 요즘, 내 안에 숨어있던 요리 본능이 또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번의 대형마트 장보기를 통해 꾸준히 사들였던 양파는 물 한 번 준 적 없는데도 초등학교 자연실습 때보다 더 싹이 자랐고 깐 마늘은 냉장고 속에서도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곰팡이를 피웠기에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또 버릴텐데." 그동안의 학습 효과로 요리 본능 따위는 배달음식으로 눌러버리자 다짐했건만 입가심으로 과일이 먹고 싶어 연 냉장고 안에서 설탕에 절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발견하자 그만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말았다. "신선한 게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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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몬 모바일 내 티몬프레시 이용과정 |
티몬 앱을 이용해 오전 7시께 ▲노르웨이 고등어(160g, 1600원*2개) ▲토마토(1kg, 4980원) ▲친환경 대란(15구, 1980원) ▲냉동 국거리(500g, 3980원) ▲편이 저민 마늘(75g, 1790원) ▲삼겹살(500g*2, 9800원) ▲쥐포 소(30개, 6880) ▲냉동망고(500g, 3980원) ▲갈치 2~3토막(200g, 3500원) ▲브로콜리(1580원) ▲양배추 1/4컷(1480원) ▲결명자차(1.2g*100T, 6200원) ▲햇반 컵반 미역국밥(1890원)을 주문했다.
신선식품은 빨리 먹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 대부분 소량포장돼 있어 쇼핑하기 편리했다. 결명자차와 햇반 같은 제품도 신선식품과 함께 당일배송이 가능한 점도 좋았다. 제품 무게가 상세하게 기재돼 있는 것은 물론 일부제품은 종이컵 등과 함께 사진을 찍어 크기를 가늠하기도 수월했다. 포장단위와 포장단위별 중량을 비롯해 원산지와 파트너사, 보관방법도 잘 나와 있었다.
다만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용자사용환경(UI/UX)이 불안정하고 이미지가 많아서인지 페이지가 자주 버벅였다. 제품마다 페이지 하단에 '함께사면 무료배송'이라는 추천 상품 리스트가 자동으로 떴는데 무작위라는 기분을 지우기 어려웠다. 카레가루를 주문하면 감자나 당근이 뜨는 등 요리할 때 연관있는 제품을 추천한다면 좀 더 모바일 쇼핑의 강점을 살릴 수 있을 듯 보였다.
무엇보다 강점은 가격이었다. 계란은 물론이거니와 삼겹살도 마트보다 20% 이상 저렴했다. 소량포장 제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기 마련인데 전반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했다. 총 주문금액은 5만3400원.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시간과 장바구니를 힘겹게 들고오는 노동비용까지 합하면 꽤 현명한 소비를 했다는 기분이다. 택배 수령 시간은 오후 5~8시로 선택했다. 시간별로 예약 가능 여부를 볼 수 있어 선택이 수월했다.
오후 6시를 넘기자 배송기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5분 이후 도착하니 직접 수령이 가능한지 물었고 집 앞에 두고가도록 부탁했다. 퇴근길이 기다려졌다. 무엇보다 반가운 택배상자가 아니던가.
집앞에는 1개의 택배상자와 2개의 쇼핑백이 놓여있었다. 포장을 꼼꼼히 해서 부피가 커진 것. 계란은 에어팩에 한 번 더 쌓여있었고 생선 같은 냉동보관 상품은 모두 압축포장해 얼음팩과 함께 들어 있었다. 문 앞에 잘 놓여있었지만 종이백이 다소 얇아 찢어져 있는 점은 아쉬웠다. 쇼핑백을 양손에 안고 물건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품질은 만족스러웠다. 유통기한도 넉넉했고 직접 장을 봤더라도 그 많은 제품 중 내 손으로 직접 집었을 품질의 상품들이 담겨 있었다. 다만 직접 보지 않아 '낚였다' 싶었던 건 고등어였다. 고등어가 반 마리였다니! 중량으로만 기재돼 있다보니 마리당 무게에 감이 없었던 셈이다. 사진이나 글을 통해 반마리를 알려주면 좋을 듯 싶었다. 이달 평균 소매가격 기준 고등어 한 마리 가격이 3000원이 안 된다는 걸 감안하면 약간 비싸게 구입한 셈이다.
개인적인 온라인 쇼핑 역사는 친구들과 할인 맛집을 돌아다니던 지역딜로 시작해 전자제품에서 호황기를 맞았다. 최근에는 인테리어 소품이나 의류 등을 온라인을 통해 구입한다. 이쯤되면 거의 모든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셈이지만 아무래도 직접 눈으로 보지 않은 장보기는 꺼려졌다. 하지만 생필품은 물론 신선식품 구매까지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업체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직매입 구조를 이용하는 만큼 향후 브랜드 가치 명운도 이곳에 걸린 셈이다.
티몬에 따르면 직매입 구조로 가격을 낮춘 슈퍼마트에서 판매하는 생필품은 현재 8000여 종. 여기에 신선식품과 냉장·냉동식품을 더하고, 2만원 이상 무료배송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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