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최순실 특검'이 '이재용 특검'으로 변질되면서 한국 경제 전체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SK·롯데·CJ 등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 불똥이 혹시 튀지 않을까 몸을 한 껏 낮추고 있다. 남은 기간 특검 수사와 황교안 국무총리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 신청 승인 여부를 예의주시하며 대응방안 마련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모쪼록 삼성그룹과 관련해 제기된 많은 의혹과 오해는 향후 사법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해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의 구속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대외 신인도 하락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우려된다"며 "앞으로 기업인을 대상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보다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인신구속 여부는 신중히 결정해야 함에도 여론재판 식으로 기업 총수를 구속했다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며 이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를 비판했다. 그는 "총수 구속으로 일상적인 업무는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주요 대규모 투자는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는 향후 한국경제에 엄청난 충격파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17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시에서 열리는 하만의 주주총회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 11월 세계적인 전장기업 하만을 9조원(8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인수가에 불만을 가진 주주들이 이 부회장 구속을 구실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영장 청구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다른 결정을 내렸다"며 "수사기간이 연장되면 특검의 수사가 다른 기업으로 향할 것이 불보 듯 뻔해 인사, 채용, 투자 등 모든 결정에
올해 1분기는 사실상 특검 수사로 모두 날리게 될 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요 기업 총수들은 구속되거나 검찰에 불려 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문지웅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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