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재청구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15일 삼성 사장단은 굳은 표정으로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평소라면 가벼운 인사라도 건넸을 사장들도 이날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수요사장단협의회에 참석한 삼성 사장들은 이 부회장의 영장재청구 소식에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있어 극도의 긴장감이 조성된 분위기였다.
전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 대해 26일 만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1차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같은달 1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지심사)이 진행됐다. 이에 삼성은 18일 예정돼 있던 수요사장단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그러나 이날의 경우 취소를 알릴 만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사장단 회의는 예정대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약 20여명의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했지만 입을 연 사장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이 부회장 구속 현실화에 따른 경영차질 여부 등 그룹을 둘러싼 극도의 위기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전 6시 15분께 사장단 가운데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은 입을 굳게 다문채 취재진을 뚫고 유유히 사라졌다. 다소 어두운 낯빛으로 출근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내부 분위기를 전해달라는 취재진에 질문에 거부의사를 밝히며 손사래를 쳤다.
회의를 주재하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경영 차질이 생길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황급히 걸음을 옮겼으며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등도 회의 시각에 맞춰 도착했지만 입은 열지 않았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오늘 회의가 열릴 것이라 예상했냐"는 질문에 "아직 수사 중이어서 되도록 말을 아끼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반면 내부 분위기가 어떤지 전해달라는 질문에 김석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은 "왜 그런걸 물어보냐"며 짧게 답한 뒤 자리를 떴다.
이날 진행된 수요 사장단 회의는 보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장단 회의 강연 주제는 '중국의 ICT 기술 동향과 한중 협력 방향'으로 강연자는 이우근 칭화대 마이크로나노전자과 교수가 맡았다. 이 교수는 최근 중국의 경제 정책과 이에 따른 대응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사장은 강연 분위기가 어땠냐는 질문에 "좋을리가 없지 않나…
아울러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S8 공개 시기와 관련한 질문에 "오는 27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MWC에서 공식 일정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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