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주말 18시간을 정상회담과 골프 라운딩, 정상 만찬 등으로 함께 보내며 뜨거운 우정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두번째 정상회담인데, 첫번째였던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와는 점심 한끼만 했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대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오전 9시15분,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플로리다 마라라고 휴양지 인근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앤드 스파 주피터에서 아베 총리를 다시 만났다. 두 정상은 9시25분부터 오후 1시50분 골프장을 떠나기까지 플로리다의 따뜻한 날씨 속에서 골프를 즐겼다. 골프 라운딩 후에는 점심식사도 함께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라운딩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프로 골퍼인 어니 엘스가 함께 했다.
라운딩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20여분 거리의 인근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 웨스트 팜비치로 자리를 옮겨 두번째 9홀 라운딩을 했다. 두 정상은 오후 4시23분 마라라고 리조트 숙소로 복귀할 때까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날 저녁에는 두 정상 내외가 이틀째 만찬을 함께 하며 환담을 나눴다. 만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와 장녀 이방카 트럼프 부부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 내외를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유한 개일 별장 격인 마라라고로 초청한 것도 파격적인 대우라는 평가다. 마라라고는 회원권을 가진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고 가입비가 20만달러(약 2억3000만원)에 달하는 초호화 리조트다. 방이 118개이며 정원은 축구장의 11배 크기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들인 뒤 응접실 등 내부를 온통 금으로 장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환대는 정상회담 첫 날부터 시작됐다. 10일 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에 도착한 아베 총리를 포옹으로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무려 19초간 손을 잡고 악수를 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정상회담 후에는 아베 총리 내외와 마린 원 헬기로 앤드류스 공군기지로 함께 이동하고,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동승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플로리다 팜비치 공항으로 이동하는 등 파격 환대를 이어갔다.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아베 총리를 향해 "미국인을 대신해 그 유명한 백악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고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미일 양국 언론에 따르면 마라라고 리조트의 숙박비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정부가 내면 트럼프 개인에게 정치헌금이 될 우려가 있고, 미국 정부가 내면 국민세금을 트럼프 영업장에 지불해 이해상충이 되기 때문이란 것이다.
정상회담과 오찬에는 트럼프 정부 실세들이 총출동했다. 정상회담에는 이방카와 쿠슈너가 배석했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공동 기자회견에는 최측근인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했다. 오찬에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내정자,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함께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안에서 아베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우정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멜라니아와 내가 오늘 플로리다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아베 총리 부부를 환대한다. 그들은 아주 멋진 부부다"라는 글을 올렸다. 두 정상 내외는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첫 만찬을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사진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아베 총리는 백악관에서 플로리다로 출발하면서 "내 골프 실력은 도널드에 한참 못미친다"고 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불러 은근히 친분을 과시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물로 금색 펜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색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 취향에 맞춰 금빛 펜과 서류 케이
아베 총리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인 지난 해 11월 17일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회동했을 때 골프 클럽을 선물로 전달했고,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아베 총리에게 셔츠 등 골프용품을 건넨 바 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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