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기존과는 전혀 다른 원자배열을 갖고 있는 '비정질'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황동목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사진)와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무 공동 연구진은 반도체 웨이퍼 위에 대면적의 비정질 그래핀을 합성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래핀은 탄소원자들이 육각형으로 배열된 단일원자층 물질이다. 2차원 물질을 대표하는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도가 높다. 투명하면서도 잘 구부러지면서 이를 디스플레이나 반도체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핀 활용은 탄소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성 물질'에 국한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고체 물질은 결정성과 비정질로 나뉜다. 결정성은 원자가 규칙적으로, 비정질은 원자가 불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황동목 교수는 "같은 물질이라 하더라도 원자의 구조에 따라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변한다"며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리콘의 경우 고성능 반도체 소자에는 단결정 실리콘을 사용하며 디스플레이소자에는 비정질 실리콘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만들 때 '수소'를 발생시켜 그래핀을 구성하는 탄소가 규칙적으로 배열되는 것을 방해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이렇게 만든 비정질 그래핀은 기존의 그래핀과는 다른 화학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일반 그래핀은 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다른 물질을 위에 올려놓으면 미끄러진다. 하지만 비정질 그래핀은 그래핀의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층을 쌓을 수 있다. 황동목 교수는 "반도체 공정에서 여러 물질을 얇게 쌓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기술"이라며 "기존 그래핀이 할 수 없는 일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성과는 차세대 산업의 핵심소재로 부각되고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 10일자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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