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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뉴 모닝(왼쪽)과 기존 모닝 |
경차를 바라보는 일반 소비자들의 시각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연료 효율성도 뛰어나 유지비를 아낄 수 있고 주차 걱정도 덜 수 있다는 장점은 '3불(三不)' 때문에 무뎌진다.
'20대 생애 첫차용으로 제격', '가정주부용 세컨드 카로 안성맞춤', '초보운전자와 찰떡궁합'이라는 말도 경차의 한계를 드러낸다. 범용성이 부족하다 보니 스스로 소비자를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아가 1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올뉴 모닝은 달라졌다. 기아는 올뉴 모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1991년 대우 티코 출시 이후 25년 동안 견고하게 구축된 '3불' 인식을 깨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아는 구체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알차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실내 여유 공간을 확보하고 ▲사고 때 탑승자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안전성을 큰 차에 버금가게 갖추며 ▲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므로 편의사양을 가능한 다양하게 구비하는 것은 물론 ▲운전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달리는 맛'을 추구하기로 결정했다. 경차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다.
기아는 이를 위해 안전성 향상에 공들인 차세대 경차 플랫폼을 적용했다. 초고장력 강판과 구조용 접착제를 각각 2배와 8배 확대해 동급 최고 수준의 차체강성과 충돌 안정성을 확보했다.
실내공간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보했다. 전장x전폭x전고는 기존과 같은 3595x1595x1485mm이지만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400mm로 기존보다 15mm 늘렸다. 경쟁차종인 쉐보레 스파크와 비교하면 전장과 전폭은 같고 전고는 10mm 높고 휠베이스는 15mm 길다.
이를 통해 좌석에서 동급 최대 수준의 헤드룸, 숄더룸, 레그룸 공간을 구현했다. 스파크보다 헤드룸은 8~15mm, 레그룸은 14~20MM, 숄더룸은 4~9mm 각각 길어졌다.
외모도 귀여운 스타일에서 당당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바꿨다. 더 커진 그릴은 더 날카로워진 헤드램프와 연결됐다. 더 커 보이면서 더 역동적인 이미지다.
뒷모습은 얼핏 보면 기존 모델과 같지만 세로형태 C자형 리어램프가 디귿(ㄷ)형태로 변형됐다. 뒤 유리를 수평형으로 길게 디자인해 실제 크기보다 더 넓어 보인다. 듀얼 팁 싱글머플러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이다.
실내공간에는 수평형의 레이아웃을 적용했다. 스티어링 휠 중간과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크롬 가로 바를 채택했다. 실제 공간보다 더 넓어 보이면서 안정감도 제공하는 디자인 요소다. 스티어링휠은 3스포크 형태로 스포티한 매력도 살렸다.
운전 중 시야 이동을 줄여주는 플로팅 타입 내비게이션, 세로 형태의 측면 에어벤트, 레드와 라임 컬러로 포인트를 준 시트 등을 통해 개성도 강조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이용하던 티맵을 차량의 내비게이션 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기아 티맵 서비스도 신규 탑재했다.
실용성도 향상했다. 트렁크 용량은 기존 200ℓ 대비 28% 증가한 255ℓ다. 2열 시트 풀 플랫 기능을 이용해 2열 시트를 완전히 접을 경우 1010ℓ까지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K5·K7에 장착된 것과 유사한 3스포크 휠, 크루즈, 후방카메라 기능을 갖춘 모니터는 품격을 높여준다.
시승차는 신규 카파 1.0 에코 프라임 엔진과 4단 변속기를 채택했다. 배기량 998cc 엔진을 장착한 올뉴 모닝의 최고출력은 76마력, 최대토크는 9.7kg.m에 '불과'하다. 스파크보다 1마력 높고, 토크는 같다.
배기량이 작은 경차이니 당연히 힘이 약하다. 힘이 부족하다는 것은 시속 100km 이상에서 몸으로 알 수 있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한 박자 쉰 뒤 온 힘을 짜내듯이 안간힘을 쓴다. 소음은 커지고 차체는 떨린다.
하지만 채근하지 않고 달래듯 페달을 부드럽게 밟으면 요란 떨지 않고 시속 130km까지 다소 더디지만 꾸준히 속도를 낸다. 경차에 맞는 운전법을 익히면 힘 부족 현상은 약화된다.
시속 80km 이내에서는 준수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언덕을 오를 때를 제외하고는 무난하게 달린다. 저·중속 토크가 좋아지도록 엔진을 튜닝한 효과다. 언덕에서 멈췄다 출발할 때는 경사로 밀림방지장치(HAC) 덕에 뒤로 밀리지 않는다.
코너링 성능은 기존 경차들보다 한 수 위다. 한쪽으로 쏠리거나 흔들리는 현상이 적어 안정감 있게 곡선 구간을 통과한다. 고속 선회로 진입 때 안쪽 휠에는 제동력을 가하고 바깥쪽 휠에는 보다 많은 동력을 전달해 조향 능력을 향상시키는 토크 벡터링 기능(TVBB)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제동 성능도 괜찮았다. 제동 때 좌우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브레이크 압력을 이용해 직진으로 제동할 수 있게 보조해주는 SLS 기능(Straight Line Stability)을 채택한 효과다.
모닝은 이밖에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갖춘 7에어백 시스템, 전방충돌 경보 시스템(FCWS),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 뒷좌석 시트벨트 프리텐셔너, 타이어 공기압 경보 시스템 등을 탑재해 경차 수준을 뛰어넘는 안전성도 확보했다.
16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시승차의 공인 연비는 14.7km/ℓ다. 시승 연비는 16.3km/ℓ로 나왔다. 성능을 알아본다며 연비 주행보다는 급가속, 급출발, 급정지를 시도하고 수시로 과속한 것을 감안하면 연비 효율성이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평소 운전 습관대로 과격하게 주행하지 않은 다른 참석자의 연비는 20km/ℓ를 넘었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가격(가솔린 1.0 자동변속기 기준)은 베이직 플러스 1075만원, 디럭스 1115만원, 럭셔리 1315만원, 레이디 1350만원, 프레스티지 1400만원이다.
주력 트림인 럭셔리의 경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버튼시동 스마트키, 인조가죽 시트, 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등을 기본 적용했지만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오히려 10만원 저렴한 1315만원이다.
기아는 올뉴 모닝이 경차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1월4일부터 2월6일까지 8925대가 계약돼 월 평균 목표대수 7000대를 가볍게 돌파했기 때문이다. 영업일수가 20일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400대 이상 계약됐다. '굿 스타트, 굿 모닝'이다.
3불 타개 정책도 성공적이다. '20대, 여성, 초보운전자'라는 경차 굴레에서 벗어났다.
경차는 싸야 잘 팔린다는 기존 인식도 깨졌다. 구매자 10명 중 7명 이상이 고가 모델인 프레스티지·럭셔리 트림을 선택했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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