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것이다.'
'재계 때리기' 일환으로 이달 임시국회 때 야당 주도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반응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도둑을 잡으려고 야간통행을 전면 금지시키는 것'처럼 실효성은 낮고 부작용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담은 상의 리포트를 발표하고 이를 8~9일 양일간 국회를 방문해 여야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상의는 상법 개정안 가운데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대표 등 추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규제 부활 등 6개 항목에 대해 가장 큰 우려를 보였다. 이 법안이 입법될 경우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이 훼손되고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해외투기자본이 이를 악용해 국부가 유출되고 심할 경우 기업이 경영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주식 제도는 1주 1의결권 원칙이 생명"이라며 "주주의결권 행사 방법과 이사회 멤버 구성까지 규제하는 선진국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상의 조사에 따르면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는 나라와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나라는 현재 없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곳도 선진국이 아니라 러시아 칠레 멕시코 등 3개국에 불과하다.
상의는 기관투자가의 감시 역할이 커지면 선진국과 같은 기업지배구조 정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도입된 기관투자자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잘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장기불황과 글로벌 경쟁으로 지친 기업들에게 경영자율성까지 제한하면 자칫 '테이블 데스'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테이블 데스(Table Death)는 환자가 수술을 받는 도중에 사망하는 것을
학계에서도 상법 개정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졸속으로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포퓰리즘 법안"이라면서 "제대로 된 토론 없이 입안된 정책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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